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 그랬고 2기 때도 마찬가지로 모두 리스크와 도전이 공존한다. 지나친 자국우선주의로 동맹 리스크를 높여 동맹 피로감과 심지어 동맹 불신까지 등장하는 함정이 도사린다. 그런데 이 리스크를 잘 관리해서 동맹을 지켜내면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점도 적지 않다. 트럼프 스타일은 톱-다운 방식이라 자신이 결정하면 행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이 가능하고, 담판이라는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담판이 없을때는 제시할 수 없었던 회심의 카드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는 리스크를 기회요소로 전환한 사례였고, 이번 원자력추진잠수함 한미 공조 성사는 트럼프 2기 기회요소 전환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성공사례를 잘 참고하여 앞으로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리스크를 기회요소로 전환할 아이템을 지속 발굴하여 안보와 국익을 챙겨나가야 한다.
한미 원자력추진잠수함 공조는 ‘협상전략’과 ‘전략적 환경’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협상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원자력 관련 한미 공조는 ‘아이템 통합’ 전략이 가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이 마스가(MASGA) 2.0 수준의 윈-윈 사업으로 주목을 받는 유리한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하나의 딜에 3가지를 통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1) 현 한미 원자력협정 실행력 강화로 개정 전 핵연료 확보 환경 조성, 2)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 본격화, 3)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계획 공식화라는 3가지 아이템을 한 번에 테이블이 올린 것이다. 미국에 한 가지만 요청하면 추후에 이미 요구를 들어주었는데 또 요구하냐며 한국의 추가 거래를 요구할 시 소진하게 될 협상력 상황을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미중 강대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략적 환경도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동력이 된 것을 주지해야 한다.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대중국견제를 통해 해양통제를 달성해야 패권 지위를 지켜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용어로 풀이한다면 인도-태평양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장악해야 MAGA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추진잠수함 공조가 ‘협상’과 ‘전략환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 결과라는 측면에서 숙제도 주어진 셈이다. 특히 한국의 역외 역할 확장이 더 중요해졌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을 한반도 전구 내에서만 위치시켜 대북작전용으로 사용하는 축소형 작전을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 붙박이 전력으로 전락시키는 메시지가 발신되면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 사업에 안정적인 한미 공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을 한반도 작전을 넘어 서태평양 해상교통로(SLOC) 보호 등 확장형 임무 전력으로 규정하는 ‘운영의 설계도’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노력이 치밀하게 전개되면 첫 관문이라는 동력을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인 항공모함 구상도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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