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계엄 명령 거부할 수 있도록..." 모든 공무원 ‘헌법교육 연 1회’ 의무화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2 09:00

수정 2025.11.02 15:39

인사혁신처, 전 공무원 대상 헌법교육 의무화...내년 말까지 전원 이수
신규임용·승진자 최소 10시간...3일·23시간 심화과정 신설도
"비상계엄 사태 후속대응...위헌 지시 식별 차원"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국가인재원 기본교육과정 헌법교과 확대 방안. 위성곤 의원실, 인사혁신처 제공
국가인재원 기본교육과정 헌법교과 확대 방안. 위성곤 의원실, 인사혁신처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헌법가치' 교육을 모든 공무원에게 의무화한다. 또 신규 임용·승진 결정을 할 때 최소 10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교육 시간을 대폭 늘린다. 12·3 비상계엄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잘못된 상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판단력을 공무원에게 키워주겠다는 취지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공무원 헌법교육 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헌법정신·국민주권·민주주의 등 헌법가치 교육 대상을 기존 일부 공무원에서 전 공무원으로 이달부터 확대한다.

헌법가치 교육은 헌법 수호 의무 강화, 권력 남용 방지, 공직윤리 강화 등이 골자다.

△공무원이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국민 전체에 대한 직무를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인권존중·법치행정 원칙을 실천토록 하며 △청렴·공정·책임성을 헌법적 가치의 실천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공무원 인재개발지침을 통해 각 부처가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매년 한차례 이상 헌법가치를 교육하도록 의무화했다. 모든 중앙부처는 올해 말까지 자체 교육계획을 마련한 뒤 내년부터 교육에 들어가야 한다.

신규 공무원과 관리자(5급) 직위 승진자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기본교육 과정의 헌법교육 시간은 2배 이상 늘어난다. 7급 신규 임용자는 3시간, 9급 신규 임용자는 5시간, 5급 승진자는 2시간만 이수하면 됐던 헌법교육 시간이 앞으로는 각각 최소 10시간 이상으로 확대된다.

신규 임용자는 이론 강의와 함께 사례 기반의 참여형 교육을 병행하고, 재직자에게는 현장 참여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해 실무 역량을 강화한다. 아울러 국가인재원 신규자·승진자 교육과정에 헌법가치를 의무교육 항목으로 명시하며, 교육 비중도 기존 공직가치·국정비전(35%)에서 헌법가치·공직가치·국정비전(40%)로 확대한다.

심화과정도 신설된다. 국가인재원은 이달까지 두 차례 시범 운영 후 내년부터 분기별 정례화되는 3일·23시간 과정의 헌법 심화 전문교육 '헌법가치 과정'을 개설한다. 대상은 4급 이하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이며 △헌법가치 이해 △헌법 속 민주주의 △헌법으로 본 공직가치 △헌법가치 역량강화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민주적 갈등해결 방안 실습'과 '헌법가치 및 민주주의 현장 방문' 등을 포함한 참여형 교육 체계를 제시해 기존 강의 위주 교육에서 탈피하겠다는 방침이다.

각 부처별 직무 특성에 맞춘 특화과정 역시 운영된다. 인사혁신처는 각 부처에 이를 지침으로 안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헌법가치 체계화 연구용역 결과 및 강사풀 등을 지원한다. 헌법재판연구원·법제처 등과 협업해 e-러닝 콘텐츠도 확충할 예정이다.

교육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잇따라 지적돼온 ‘공무원의 헌법가치 인식 부족’ 개선 차원이다. 공직사회 전반의 책임성과 헌법 준수 의식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을 받더라도 불이익을 우려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문제였다.

지난달 15일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위 의원이 "공직자 헌법 교육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제대로, 시스템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위 의원은 "12·3 불법계엄 사태는 헌법의 무게를 망각한 결과이자, 헌법 이해 부족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헌법교육 강화를 통해 공직자가 위헌적 지시를 식별·거부할 역량을 갖춰야 국민을 위한 민주행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