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유지
유럽연합도 철강 고관세 예고
K-스틸법·철강 고도화 불투명
유럽연합도 철강 고관세 예고
K-스틸법·철강 고도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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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됐으나 50%에 달하는 철강관세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철강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3개월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의 관세 강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더해져 수출과 내수 모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략적 입법과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전년 대비 26%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은 24% 줄어든 19만4000t으로, 지난 202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 이후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8% 급감했고 9월에도 17.5% 줄었다.
유럽연합(EU) 역시 연간 쿼터를 초과한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은 EU에 44억8000만달러 규모의 철강을 수출해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업계는 대미·대EU 수출 동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에서도 유럽 비중은 13%로, 중국(11.8%)과 북미(11.4%)를 앞섰다.
철강업계가 연이은 대외 악재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업계의 숙원인 K-스틸법 제정 논의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 9월 정부와 여당은 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약속했지만 10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지난 29일 포항·광양·당진 등 주요 철강 도시의 상공회의소는 철강산업 고도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제4기 온실가스 배출권 총량 산정 문제도 철강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이행을 명분으로 철강업계에 감축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조정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철강업계에서는 4·4분기부터 고율관세로 인한 실적악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3·4분기 실적은 비교적 선방했는데 이는 관세가 9월부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며 "4·4분기부터는 전 시기에 걸쳐 관세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과 국회의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철강업계의 침체가 자동차·건설 등 전방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을 고려한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철강은 수출과 내수를 연결하는 핵심 소재 산업이자 국가 공급망 전략의 중심축"이라며 "산업통상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국회도 입법을 통해 철강 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고부가가치 철강제품까지 관세 확대를 검토 중인 점도 우려를 키운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강관·기계부품 등 2차 가공품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US스틸 인수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하며 관세 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어 최대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그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철강사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건설 경기 침체로 내수까지 부진한 상황"이라며 "영국처럼 일정 수출량에 대해 관세를 인하받는 쿼터제를 확보하는 외교적 해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향후에도 철강 관세가 한미 협상의 주요 의제로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 상당수가 철강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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