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박주평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30일 '치맥 회동'을 시작했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황 CEO는 두 총수와 고대역폭메모리(HBM)부터 자율주행·미래차를 아우르는 '인공지능(AI) 협력'을 논의할 전망이다.
젠슨 황 CEO,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에서 만나 회동을 시작했다. 황 CEO는 검정 가죽 재킷, 이 회장은 흰 티셔츠에 검은색 저지, 정 회장은 밝은 회색 후드 재킷 차림으로 식당을 찾았다.
황 CEO는 예정 시각보다 10분여 일찍 도착해 그를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과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거나, 정 회장과 악수하고 잠시 인파 속을 걷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만찬 장소인 '깐부치킨'은 엔비디아 측이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의 의중이 반영된 장소인 셈인데, '깐부'는 친한 친구, 짝꿍을 뜻하는 한국어 은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우리는 깐부잖아"라는 대사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황 CEO는 격식 없는 소통을 즐기는 '현장형 CEO'로 통한다. 두 총수와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의외의 가벼운 만찬을 통해 뚜렷한 존재감을 남기는 동시에, 엔비디아-삼성전자-현대차라는 글로벌 기업이 '깐부급'으로 밀착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2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GTC)에서 "한국 국민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두 정말로 기뻐할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보면 모든 한국 기업 하나하나가 깊은 친구이자 훌륭한 파트너"라고 밝힌 바 있다.
만찬 장소가 사전에 알려지면서 이날 깐부치킨 매장 앞에는 낮부터 취재진과 시민 수백명이 몰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급기야 경찰이 출동해 질서유지선(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인근에 구급 차량까지 배치됐다.
형식은 가볍지만 알맹이는 무겁다. 삼성전자가 샘플을 전달하고 납품을 추진 중인 6세대 HBM4의 퀄 테스트 진행 단계부터,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최근 합류한 엔비디아의 맞춤형(커스텀) AI 인프라 생태계 'NV링크 퓨전' 등 폭넓은 논의가 오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미래차 전반에 걸친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황 CEO와 정 회장은 현 단계를 점검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세 사람은 이날 치맥 회동을 마친 뒤 코엑스로 나란히 이동해 엔비디아가 개최하는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황 CEO의 단독 무대로 짜인 일정인데, 이재용·정의선 회장이 동행을 기꺼이 승낙하면서 '깜짝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이튿날인 31일 경주로 이동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특별세션에 연사로 나선다. 그는 이날 삼성전자, SK,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정 회장도 같은 날 경주로 복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황 CEO가 특별세션을 하기 전 별도로 '2차 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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