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주요 유통사 핵심 인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줄줄이 불출석했다. 출석한 기업 인사들도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치면서 첫 국감을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상임위원회별 종합 국정감사를 30일 마쳤다. 다음 달 4~6일에는 운영위원회·정보위원회 등 일부 겸임 상임위 국감만 진행될 예정이라 지난 13일부터 이어온 3주의 국감 일정이 이날 사실상 마무리됐다.
올해 국감에선 유통업계 중 쿠팡이 가장 바빴다.
배달앱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는 배달의민족도 증인 출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14일 정무위·산자위 등 2개 상임위 국감에 출석해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거래 의혹 및 배달앱 불공정 운영 등에 대해 질의를 받았다.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도 이번 국감에서 관심을 받았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 14일 정무위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 홈플러스 사태 및 롯데카드 해킹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및 홈플러스 대표이사도 24일 보건복지위, 30일 기후노동위 국감에 출석했다.
이 밖에도 13일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기재위), 14일 송종화 교촌F&B 대표(정무위) 및 이주철 W컨셉 대표(산자위), 15일 도세호 SPC 대표(기후노동위), 21일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복지위), 30일 김기원 한국맥도날드 대표(기후노동위) 등 주요 유통기업의 대표급 인사들이 국감에 출석해 현안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다만 올해 국감에선 국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주요 기업의 핵심 인사들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거나 증인 채택 철회 등으로 무산되면서, 사실상 쿠팡·배민 등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홈플러스 위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경우 지난 14일 정무위에 증인으로 채택돼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 등과 관련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해외 체류 및 사업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정무위는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30일 행안위 국감에서 지역축제 및 각종 법규 위반과 관련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산자위 증인으로 채택된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조만호 무신사 대표도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실과 추후 논의 끝에 채택이 철회돼 출석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김기호 아성다이소 대표와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장도 검증할 내용을 소명하면서 증인 채택이 철회됐다. 30일 기후노동위에 출석 예정이던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사유로 불출석했다.
최대한 국감 출석을 피하거나, 출석하더라도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부실 국감' 논란도 제기됐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경우 지난 14일 정무위 국감에는 출석했지만 21일 과방위, 30일 기후노동위 국감에는 불출석하면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 14일 정무위 국감에서 의원들은 김 회장을 상대로 사재 출연 및 2000억 원 추가 증여 계획에 대해 집중 질의했지만 '홈플러스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기후노동위 국감에 김 회장 대신 출석한 김광일 부회장도 사과 외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말하지 못했다.
안호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김 회장의 불출석에 대해 고발 조치해야 한다는 여권 의원들의 주장에 "우려하는 사태들이 벌어질 경우 청문회 개최를 포함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김 회장에 대한 고발 여부에 대해서도 여야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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