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법인 명의' 대포폰 텔레그램서 거래…"중국 업체 연락주세요"

뉴스1

입력 2025.10.31 06:41

수정 2025.10.31 06:41

30일 한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자체 법인 운영'을 한다며 각종 계정 판매를 홍보하는 메시지./텔레그램 캡처
30일 한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자체 법인 운영'을 한다며 각종 계정 판매를 홍보하는 메시지./텔레그램 캡처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텔레그램 등지에서 카카오톡(카톡)·텔레그램·중고 거래 플랫폼 등의 '계정 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법인 명의로 수십 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만들어 이를 조직적으로 유통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3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과 달리 여러 회선을 개통할 수 있는 '법인 휴대전화'가 계정 생성에 이용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번호와 계정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해외로도 유통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법인 명의로 번호 수백개 생성 가능"…알뜰폰 쓰면 월 '6000원'

법인 명의로 무더기로 번호가 생성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은 최대 3개 회선만 개통할 수 있지만, 법인은 수십 개의 회선을 개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인터넷·휴대전화 개통 중개업체 웹사이트에는 "회사의 존속기간 및 안정성을 고려해 회선 수가 달라질 수 있다", "40회선 이상 다회선을 개통하는 법인도 많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법인의 다회선 개통 요건은 설립 1년 이상, 일정 매출이 발생할 경우 서울보증의 할부 보증 심사를 거쳐 3회선을 초과하는 회선에 대한 보증보험료를 납부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번호는 하나당 최대 세 번까지 번호 변경이 허용된다. 10개의 회선을 개통하면 30개의 전화번호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월 요금이 최저 6000원 수준이어서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이렇게 생성된 전화번호는 텔레그램 등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번호로 각종 플랫폼 계정을 개설한 뒤 이를 판매하는 구조다. 만들어진 계정은 하나에 수만~수십만 원에 거래된다.

1만 9000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 '중국 정보 공유' 텔레그램 채널에는 법인 개통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정을 무더기로 만들고 이를 조직적으로 판매하는 듯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자체 법인 운영·자체 유심 개통 진행'을 내세운 한 계정 판매업자는 "카톡·텔레 소량·대량 환영"이라며 "중국 업체 연락주세요"라고 홍보했다.

4년 새 대포폰 10배 폭증…“법인폰 개통 요건 강화해야”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대포폰'이나 '대포 계정'이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3년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한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 당시에도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부모를 협박하는데 '대포 카톡 계정'이 사용됐다. 이 계정을 유통한 조직은 범죄조직에 이를 판매해 22억 원의 수익을 올리다 같은 해 검거됐다. 마약음료 사건의 공범 중 1명은 최근 캄보디아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상태다.

더구나 알뜰폰 등을 이용한 대포폰 적발 건수는 해를 거듭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체 대포폰 적발 건수는 2020년 8923건에서 2024년 9만 7399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면서 "특히 알뜰폰을 이용한 대포폰은 같은 기간 5339건에서 8만 9927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폭증하고 있는 대포폰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법인의 휴대전화 개통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인 수준이 아니라 법인 명의로 번호·계정의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동통신사나 알뜰폰 사업자는 고객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범죄 악용 방지를 위해서라도 법인 회선 증설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