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대법 "업무방해 주민 고소하려 CCTV 제출한 것은 정당행위"

뉴시스

입력 2025.10.31 12:01

수정 2025.10.31 12:01

대법, 경찰에 CCTV 영상 낸 입주자회의 회장 부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정당행위" 파기환송 앞서 재판·수사 증거 제출 행위에도 비슷하게 판결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25.10.3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대법원 청사의 모습. 2025.10.3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배우자가 공고문을 훼손하고 자신들을 모욕한 당사자를 고소하며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경찰에 낸 것은 정당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북 고창시 한 도시형생활주택 입주자대표회의 A 회장과 배우자 B씨에 대한 상고심을 최근 열고 이같이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 환송은 원심(항소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 등이 있을 경우 판결을 깨고 심리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3월 입주자 C씨가 공동주택 출입문에 공고를 게시하는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개인정보를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C씨가 대표회의 동의 없이 공동주택 출입문 게시판에 공고를 게시한 것을 문제 삼아 이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증거물로 영상을 제출한 것이다.



앞서 이들은 대표회의 명의로 된 공고문이 없어지거나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CCTV를 열람했고, 당사자로 C씨를 특정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는 개인정보처리자 신분을 가진 사람의 죄만 처벌할 수 있지만, 입주자회장의 배우자일 뿐 해당 지위에 있지 않은 B씨도 고소에 연명하고 수사기관에서 영상 속 인물이 C씨라는 진술을 했다는 이유로 공동정범(공범)으로써 A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23년 7월 전주지법 정읍지원 1심은 두 사람이 CCTV를 열람하고 고소에 활용한 행위는 공적 업무의 일환이라며 위법성이 조각된다 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전주지법 2심은 이를 뒤집고 A 회장과 B씨에게 죄가 있다고 봐 각각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입주자명부를 작성하며 C씨가 '비상시' 정보 제공에 동의한다고 주장했으나 2심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 '비상시'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들의 행위가 합법적인 개인정보 취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2심은 "피고소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자(C씨)를 형사 고소한 후 수사기관의 사실조회,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등 적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확인해 특정할 수 있었다"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은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피고인들이 고소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CCTV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C는 일부 고소사실에 관해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처벌을 받은 만큼 고소행위에 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수사기관이 신속하게 범죄사실을 조사할 의무가 있는 만큼 CCTV 영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두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제출한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대법은 그간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기록물을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사기관이나 법원 재판에 증거로 내는 행위에 대해 그 정당성을 인정해 왔다.


지난 7월 18일에도 아파트 동대표 회장이 개인정보처리자 지위에 있는 관리소장과 논의해 입주자카드를 자신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을 정당행위라며 파기환송한 바 있다.

같은 날 개인정보처리자 혹은 그 지위에 있던 자였던 고소인이 조합장을 고발하며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도 마찬가지로 정당행위라고 판단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정당행위는 현행 형법 20조에 규정된 개념으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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