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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에 취소된 헝가리 미러회담…"푸틴 비타협에 트럼프 질려"

뉴스1

입력 2025.10.31 16:57

수정 2025.10.31 16:57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지난 16일 정상간 통화 직후 공식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헝가리 정상회담이 결국 취소된 것은 고집스러운 러시아와, 그를 상대하는 데 지친 미국의 피로감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 "만남의 의미가 없다"면서 헝가리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이렇게 파국으로 끝난 배경에는 러시아 외무부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 고수, 미·러 외교 수장 간의 신경전, 그리고 푸틴의 비타협적인 태도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은 부다페스트 회담 무산의 배경과 원인을 설명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러시아 측이 영토 양보, 우크라이나 군 축소, 나토 불가입 보장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비공식 외교 문서를 보낸 것이다.



이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간에 긴장된 통화가 이뤄졌고, 러시아가 협상 의지가 없다는 미국 측 판단이 내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입장에 감명받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담이 취소되기 전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할 것처럼 말한 것을 철회하며 잠깐 다시 푸틴 쪽으로 다가섰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또다시 취소라는 반전이 이뤄진 셈이다.

가뜩이나 지난 9월 라브로프 장관이 뉴욕에서 루비오 장관과 짧은 회동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신나치'(친서방정권)에 장악됐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비타협적으로 굴었기에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와의 추가 협상에 회의적이었다.

트럼프는 사실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자신이 평가한 16일 푸틴과의 통화에서도 불쾌감을 느꼈다. 두 소식통에 따르면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쿠피안스크와 오스킬강 인근에서의 러시아군 전과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며 지도를 집어던지고 러시아에 양보하라고 압박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푸틴에게 느꼈던 좌절감과 불쾌함에 더해 젤렌스키까지 자기 뜻에 호응을 안 해주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후 부다페스트 회담이 무산되자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두 곳에 제재를 가하고, 핵무기 실험을 비판하며 다시 러시아를 압박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푸틴 대통령은 8월 15일 알래스카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여기서도 양측이 삐그덕댔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던 기존 입장을 완화한 것으로 보였지만, 미국은 푸틴이 평화안을 거부하고 추가 영토 요구와 장황한 역사적 발언을 이어가자, 회담을 조기에 종료했다.


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무산의 책임을 미국과 유럽(우크라이나 포함)으로 돌렸다. 지난 26일 헝가리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푸틴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미국의 평화 제안에 동의했지만, 트럼프 측에서 아무런 직접적 응답이 없었다" "트럼프는 푸틴의 포괄적 평화 협정에 동의했지만, 이후 미국은 다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면서 미국이 소극적이었거나 변덕을 부린 탓을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유럽이 미국 행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에 평화 회담이 무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