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며,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신용시장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미국 지방은행 부실채권 우려와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전통 금융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과 고금리 예치형 상품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지난 30일 오전 8시 30분 코인게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총은 3110억 달러다. 최근에는 시총이 314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 은행 캔어코드 제뉴이티는 "미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명확해져 스테이블코인이 '인터넷 화폐'가 될 가능성을 높였다"며 "신규 이용자 유입과 사용 사례 증가로 내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대폭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디파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 역시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현재 디파이 플랫폼 상당수가 스테이블코인 등을 맡기면 이자를 주거나 리워드를 지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빗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디파이 시장의 총예치자산(TVL)은 17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약 4년 만에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대표적인 디파이 서비스로는 에이브(AVVE)가 있다. 에이브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대출 프로토콜 중 하나로,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용자는 스테이블코인 등 자신의 가상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이를 통해 다양한 자산이나 토큰화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에이브와 모포(Morpho), 오일러(Euler) 등으로 대표되는 대출 프로토콜이 스테이블코인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며 "에이브의 TVL는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비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대출 규모는 총 6700억 달러다. 평균 대출 규모는 7만 6000달러 수준이지만 지난 8월에는 12만 1000달러까지 증가했다.
비자는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전 세계 신용·대출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핵심 기술"이라며 "기존 금융기관들의 경쟁 구도에 구조적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 상품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 예치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USDT 예치 상품의 경우 이달 기준 연이율이 4.25%에 달한다. 이용자는 언제든지 예치한 USDT를 인출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USDT 예치 이자율은 주기적으로 바뀌지만 과거부터 일반적으로 5~6%대의 이율을 제공하고 있다.
USDC 관련 상품도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USDC의 예치 상품은 연 4.1%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와 1:1로 가치를 연동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달러를 거래소에 맡기고 은행보다 높은 이익을 얻어가는 셈이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지방은행 부실채권 우려 등 전통 금융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위험 자산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때 스테이블코인 자체와 이를 활용한 예치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 사용에 법적·제도적 명확성이 생기면서 '매스어돕션(대중화)'이 디지털자산 시장을 넘어 현실 세계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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