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한국에 온 첫날, '여기가 어디지?' 싶어서 울어버렸죠."(타키)
"전 연습생 하며 지낸 홈스테이 식구들과 아직도 연락해요, 한국의 부모님이랄까."(니콜라스)
전 세계를 누비며 화려한 족적을 남기는 K팝 스타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10대 소년들은 이제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는 그룹 앤팀 멤버가 됐다.
앤팀은 하이브 최초의 해외법인 현지화 그룹이다. K팝 시스템 안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일본에서 먼저 지난 2022년 12월 데뷔했다.
이 중 뉴스1은 '아이랜드'를 통해 K팝 그룹 데뷔로 먼저 문을 두드렸던 니콜라스와 타키를 만났다. 대만 출신인 니콜라스(23)와 일본 출신인 타키(20)는 모두 10대 때 낯선 땅인 한국에 왔다. 이들은 '아이랜드' 투입 전 한국에서 홈스테이하며 연습생 생활을 했다. 어린 나이에 한국에서 홀로 연습생 생활을 하며 단단하게 내공을 쌓은 이들은 이제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는 가수로 성장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에 미니 1집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로 데뷔하기 며칠 전 하이브 사옥에서 만난 니콜라스와 타키는 'K팝의 본진'인 한국 데뷔를 앞두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연습생 시절에 관해 이야기하며 금세 환한 미소를 지은 두 사람은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한국 데뷔 전까지의 준비 과정을 소중하게 상기시켰다.
낯선 언어와 문화의 벽, 연습·경쟁의 시스템을 통과해 온 두 사람은 앤팀의 서사를 '국경을 건너 확장되는 팀'으로 증명할 준비를 마쳤다. 일본 활동과 아시아 투어로 쌓은 성과를 한국에서의 새로운 챕터로 잇겠다는 각오도 분명하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니콜라스) 앤팀 니콜라스입니다. 패션 리더를 맡고 있고 옷에 관심이 많아요.
▶(타키) 앤팀 중에서 분위기 메이커예요. 힘들 때 멤버들을 웃겨주거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밝고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K팝 그룹을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니콜라스) '아이랜드'가 끝나고 아이돌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연습생이 되고 K팝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아이랜드'를 계기로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어요. 원래 예술학교에 다니며 스트리트 댄서를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참여해야 하는 오디션을 봤다가 운 좋게 연습생이 된 케이스거든요. '아이랜드'를 통해 점점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타키) 춤을 배우고 있을 때 선생님이 오디션이 있다고 알려주셔서 도전했어요. 그걸 계기로 빌리프랩에 들어왔죠. BTS 선배님을 비롯해 여러 K팝 선배님을 알게 됐고, '아이랜드'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지만, 점점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요.
▶(니콜라스) 비보이, 브레이킹 댄서요. 학교에서도 팝핀과 락킹을 배우며 배틀 댄서를 꿈꿨어요.
▶(타키) 원래는 수영을 배우고 있었는데, 다른 스포츠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축구나 야구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특별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춤을 배우게 됐는데 생각보다 제 몸에 잘 맞는 느낌이었어요.
-10대의 어린 나이에 낯선 나라에서 연습생 생활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니콜라스) 도전하는 걸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외국에 가서 공부하거나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즐겼죠. 한국은 처음이었지만 '연습생 생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키) 그때는 K팝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었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무섭긴 했지만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한국에 가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타키) 부모님이 외국 음악을 좋아하셔서 '한국에 가보는 건 어떠냐'고 권유하셨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며 응원해 주셨어요. 선생님이었던 할머니는 공부하라고 하셨지만, 결국 한국행을 택했죠.
▶(니콜라스) 누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누나가 블랙핑크를 좋아했고, BTS도 좋아했어요. 누나랑 친해서 저에게 자주 걸그룹 춤을 시키기도 했죠. 연습생을 하면서 누나 덕분에 알게 됐던 춤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홀로 낯선 나라에 있는 것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니콜라스) 외국어라서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게 제일 힘들었어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오해받기도 했고, 제가 말을 하지 않으면 조금 차가운 이미지인데, 차가운 사람으로 보였던 게 억울했어요. (웃음)
▶(타키) 한국에 온 첫날 울었어요. 연습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의 집(홈스테이)에서 지내는 게 낯설었어요. 엄마에게 전화해서 울었어요. (웃음)
▶(니콜라스) 전 홈스테이 가족들과는 지금도 친해요. 명절 때 연락도 하고, 덕분에 한국 문화를 많이 배웠어요.
-홀로 한국에서 연습생을 하며 버틸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나요.
▶(니콜라스) 아버지랑 사이가 친한데, 아버지가 한국에 가기 전에 '너 반년도 못 버틸 거야'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이 오기가 됐어요. 절대 쉽게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타키) 성격상 너무 힘들면 그냥 자요. 다음 날엔 괜찮아지더라고요. 그렇게 버텼어요.(웃음)
-K팝 트레이닝을 받으며 힘들었던 점은요.
▶(니콜라스) 스케줄이 완전 일처럼 짜였어요. 오전 10시에 회사 출근해서 체크하고, 자유시간엔 뭘 연습할지 스스로 짜서 보고해야 했어요. 그걸 지키는 게 어려웠어요. 식사 시간도 미리 정해야 했고요.
▶(타키) '아이랜드'가 끝나고 나서가 힘들었어요. '이제 뭘 해야 하지?' 싶었어요.
-한국어는 금세 늘었나요.
▶(니콜라스) 영어로 대화하면서 한국어를 배웠어요. '아이랜드' 방송 중에는 멤버들과 이야기하며 실력이 늘었어요. 완벽하지는 않아도 다 알아듣는 수준이 됐어요.
▶(타키) 1년 정도 거의 못 했어요. '아이랜드'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점점 늘었고, 인터뷰할 때 제작진에게서도 많이 배웠어요.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던 때, 한국 문화 중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요.
▶(니콜라스) 존댓말이요. 중국어에는 없어서 처음엔 어려웠어요. 원래 활발한 E였는데 한국에 와서 조금 I가 된 느낌이에요. 예전엔 "왓츠업!" 이런 느낌이었는데 매니저님이 '예의를 갖추고 똑바로 인사해야 한다'라고 해서 조심하게 됐어요.
(▶타키) 밥 먹으러 가면 숟가락과 젓가락이 식탁 아래 서랍에서 나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니콜라스) 연습생 때는 김치볶음밥을 좋아했고, 지금은 갈비탕을 제일 좋아해요.
▶(타키) 요즘은 부대찌개랑 된장찌개를 좋아해요. 두부도 자주 먹어요.
<【물 건너온 아이돌】 앤팀 니콜라스·타키 편 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