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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류승룡의 '짠내' 공감…이 시대 모든 '김부장 이야기' [N초점]

뉴스1

입력 2025.11.01 08:00

수정 2025.11.01 08:00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대기업 25년 차 부장으로 살아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

누군가가 보면 분명 성공한 인생이다. 대기업 25년 차 부장, 서울에 자가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남들 부러워하는 고급 차도 몰고 다니면서, 명문대에 다니는 아들까지 키우고 있는 삶. 회사 직원들은 '꼰대'라고 말하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착실히 이뤄내는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극본 김홍기, 윤혜성/ 연출 조현탁/ 이하 '김부장 이야기') 속 김낙수(류승룡 분)의 이야기다.

지난달 25일 처음 방송된 '김부장 이야기'는 송희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류승룡, 명세빈, 차강윤 등이 출연 중이다. 원작 소설이 웹툰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기에,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김부장 이야기'는 방송 전부터 원작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누구나 정말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김낙수의 직장 이야기를 그린다.

어릴 때는 반장이 되지 못해 부반장에 만족해야 했지만, 대기업 생할도 오래하다 보니 어느새 차기 상무이사 자리까지 노릴 법한 위치가 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면서, 김낙수의 삶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그렇게 부럽고 유쾌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뜻에 반발하는 아들에게는 "군대나 가"라고 말하고, 아내에게는 반찬이 맛없다며 차라리 사서 먹자는 말까지 쏟아내는 가부장적인 면모가 1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한 함께 부하 직원들에게는 자기 동기의 승진을 위해 인사 평가를 양보하라고 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후배에게는 "임원 달 때까지 차 안 바꿔도 되겠다"라며 꾸짖는 '꼰대'의 면모도 잊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꼰대의 삶이 그저 밉지만은 않다. 이런 그의 삶에도 '짠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가방을 살 때도 직장 상사보다는 저렴하지만, 후배보다는 가격이 높은 것을 고르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라이벌인 영업 2팀 도진우(이신기 분)를 어떻게 이겨보겠다며 이리저리 눈치를 본다. 친구는 건물을 샀다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기도 한다.

또한 아들에게 "대기업 25년 차 부장으로 살아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라고 말하지만 이것 역시 그저 자기 위로에 불과하다. 아들은 그런 김낙수에게 이렇게 일갈한다. "뭐가 위대한 거예요, 아버지? 대기업 부장으로 살아남아서 서울에 아파트 사고 저 대학 보내면 뭐해요? 아들이 지금 아버지를 무슨 눈으로 보고 있는지 안 무서우세요?"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지금 우리네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은 김낙수의 삶은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하고, 어딘가 꽉 막혀 있어서 밉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거리고, 자식도 좋은 대학에 좋은 회사를 다니길 바라고, 직장 상사한테 못난 소리를 들어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도 있다.

류승룡이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이) 김부장이라고 해서 중년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누군가의 미래, 누군가의 과거, 우리와 나의 이야기를 다룬다"라며 "전 세대를 아우르며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본다"라고 말한 것처럼 '김부장 이야기'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을 콕 찌르는 구석이 있다. 우리네 아버지들의 인생 같지만, 그게 우리가 사는 삶의 구석과도 닮아 있기에 무작정 웃을 수도, 비난할 수도 없게 만든다.

류승룡은 그런 모든 세상의 '김부장'들을 한곳으로 뭉쳐 만든 캐릭터 김낙수를 확실히 자기 옷으로 만든다. 류승룡의 기깔나는 '꼰대' 연기를 보면서 가슴 한구석이 답답한 이유는 막막함만이 아닌 내 자신의 삶을 투영한 먹먹함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1일 방송되는 '김부장 이야기' 3회부터는 김낙수의 탄탄대로 같아 보였던 삶에 제대로 풍파가 불어닥치는 이야기들이 그려질 예정이다. 대기업 부장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서울의 자가 아파트를 가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삶을 "위대하다"라고 표현했던 김낙수가 과연 자신의 인생을 다른 의미로 위대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이 세상 모든 '김부장'과 직장인들에게 어떤 공감과 위로를 선물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