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인도 국내기업 진출, 지금이 '타이밍'...'제2 투자물결' 일으켜야"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2 15:30

수정 2025.11.02 15:30

이성호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 인터뷰 "향후 3년 이내 세계 3위 경제 대국 기대" "중국식 리스크는 없어... 제2 투자 물결 일으켜야"
이성호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가 지난달 31일 인도 뉴델리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이성호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가 지난달 31일 인도 뉴델리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뉴델리=주원규 기자] "인도가 우리에게 사실상 마지막 남은 보고(寶庫)이자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이 인도 진출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앞으로 20년 경제적인 먹거리 창출과 함께 생태계와 공급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인도 뉴델리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만난 이성호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는 "외교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는 대한민국의 글로벌 사우스(비 서구권 개발도상국) 진출에 있어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됐으며 세계 GDP 4위의 경제 대국이 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사는 인도에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강조하며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에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인도를 의심해야 할 단계는 지났다"며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인도 시장은 어려움이 있지만 무조건 도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사와의 일문일답.

―현재 한국과 인도의 외교·경제 측면에서 가장 유망한 협력 분야와 인도의 중장기 비전과 한국의 기회 요인은 무엇인가.

▲인도가 향후 3년 이내에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장 잠재력과 지정학적 여건, 인도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구애 등을 고려하면 양국의 관계를 보다 업그레이드 할 최적의 기회다. 인도는 풍부한 IT 전문인력과 경쟁력 있는 인건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기지이자 혁신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첨단 제조기술과 혁신 역량과 맞물려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를 형성하고, 미래 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수·우주분야 협력과 함께 특히 조선 분야의 기회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 화장품, 유통 등 기업 규모와 상관 없이 다양한 기업들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현지에서 체감하는 인도 사회의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규모를 기반으로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소비문화 전반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 펜데믹 이후 모디 인도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이 정착되면서 온라인 결제와 전자상거래가 일상화되었고, 중산층의 소비 접근성과 구매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 한류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급증하면서,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크게 제고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인식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인도 산업 성과와 구조적 요인은 무엇인가.

▲모디 총리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 차원의 제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전략의 대안지로 인도를 주목하고 있다. 올해 2·4분기 기준 인도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애플, 삼성 등)이 미국 전체 스마트폰 수입의 약 44%를 차지하며 인도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이 급증하며 중국을 제치고 새로운 제조 거점으로 부상 중이다. 이러한 인도 산업의 진전을 이루게 된 핵심 요인은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정책 추진 △젊은 층의 인구 구성 및 상대적으로 큰 내수시장의 강점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의 인도 부상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인도에 진출한 다양한 한국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달라.

▲1990년대 초반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하며 ‘한국 제품은 곧 고품질과 신뢰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 현지화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나 1990년대 1차 대규모 투자 물결 수준의 투자 및 진출은 한동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는 인도라는 거대 시장이자 주요 경제 대국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제2의 투자 물결’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인도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현실적 과제나 리스크가 있다면.

▲인도 시장에 진출시 다양한 인도 정부 기관의 인허가 절차와 규정 해석 등 사업 착수와 확장이 지연될 수 있다. 또 수출입통관 절차가 복잡하고, 불확실한 조세 환경으로 인해 세무 불확실성이 크고 추가 비용의 발생 위험이 존재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통관과 조세 리스크를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고, 규제 변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현지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다만 중앙통제로 인해 격변이 일어나는 이른바 '중국식' 리스크는 없다고 본다. 이 외에도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점차 나아지고 있고, 대사관도 인도 상공부와 패스트트랙 소통 채널을 만들어 기업 애로 사항을 해결하려고 최선의 지원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다른 한국 기업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크래프톤은 현지 스타트업과 생태계 등에 투자하고 있다. 단순한 시장진입을 넘어서 현지화와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전략적 거점화에 성공한 사례는 인도 정부가 바라는 외국 기업 진출의 이상적인 방향이다. 인도를 단순히 ‘소비 시장’이 아닌 ‘공동 시장의 허브’로 인식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한국 기업들에게도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향후 양국 교류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기 위해 대사관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분야는 무엇인가?
▲올해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10주년을 맞이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 삼아 ‘포괄적’ 협력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을 단단히 하기 위해 주인도대사관은 △조선·반도체·중소기업 중심의 제2차 투자붐 조성 △양국 경제협력 분야를 AI, 원자력, 우주 등 전략 산업 분야로 확대 △고위급 교류의 체계화 및 정례화 △글로벌 무대에서의 협력 확대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아울러 대사관 차원에서는 현지 유력 연구소와 협력 관계 구축·강화를 통해 한-인도 양국간 학계인사 교류, 양국간 협력 가능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정책연구 공동 수행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