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1.8%) 수준인 1% 후반대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대미 수출, 특히 자동차 수출을 중심으로 실물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향후 성장 경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미중 무역협상 등 글로벌 통상환경을 꼽았다.
당시 한은은 무역 갈등이 재격화되는 '비관 시나리오'의 경우, 내년도 국내 성장률이 기본 전망(1.6%)보다 0.2%포인트(p) 낮은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이 성과를 거두는 등 '낙관 시나리오'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펜타닐 관세 인하(20%→10%)와 희토류 등 수출 통제 1년 유예 등에 합의한 바 있다.
한은은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1.6%)보다 0.1%p 높은 1.7%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미·車 수출 최대 수혜 전망…반도체 호황 더해 비IT도 '숨통'
이번 타결의 가장 큰 수혜는 수출 부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수출 기업의 압박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국 수출은 'AI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왔지만, 자동차 등 비(非)IT 부문 수출은 어려운 상황을 겪어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AI발(發)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이것이 "마치 미국 관세 영향이 없는 듯한 착시를 불러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동차의 경우, 25%의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대미 수출 물량은 유지됐는데, 이는 국내 기업이 관세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 "수출단가를 크게 낮춰" 수익성을 포기한 결과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자동차 및 부품 관세가 15%로 인하되면서 수익성을 훼손했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동차 관세가 인하되면서 대미 수출이 늘어나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대미 수출의 불확실성이 줄었으니 전반적인 수출 기업들의 압박이 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심리 회복에 내수도 '청신호'…'건설·환율'은 변수
관세 리스크 해소는 수출뿐 아니라 내수 경기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얼어붙었던 경제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정식 교수는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경제 심리가 개선돼 소비와 투자도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성장률이 한은과 정부 전망(1.6%)을 넘어 잠재성장률 수준인 1% 후반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은 내년 잠재성장률을 1.8% 수준으로 보고 있다.
주원 실장은 "내년도 수출이 소폭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협상 타결로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 준다면 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내년도 성장률을 1.9%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변수도 남아있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는 향후에도 여전히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설경기가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환율 변동성 역시 성장 흐름을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환율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수입 물가가 높아져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이 안 돼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인상하거나 규제를 지속할 경우,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돼 내수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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