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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타결 속…복잡해진 K-배터리 셈법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4 06:00

수정 2025.11.04 06:00

한중 FTA 서비스 및 투자 논의… 희토류 공급망 내재화 기회
中 가격 경쟁력 공세…美 우회 진출 제재 리스크도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배터리코리아 2025'에 참가한 전북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 홍보부스에서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전북테크노파크 제공
지난 9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배터리코리아 2025'에 참가한 전북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 홍보부스에서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전북테크노파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대중 관계 전면 복원 소식에 국내 배터리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일단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분야 협의에 속도를 내기로 해 공급망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중국 자본의 국내 시장 침투가 가속하고 우리나라가 중국 배터리 기업의 수출 우회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자칫 미국의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중 FTA 서비스 및 투자 논의… 희토류 공급망 안정 기대

3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협력하고, 한중 FTA 서비스 및 투자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배터리 주요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지만, 한중 양국이 이번에 공급망 안정을 위한 노력에 합의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최근 불안정해진 국제 통상 환경에서 부담을 덜게 됐다.



여기에 한중 FTA 서비스 및 투자 부문 확대를 논의하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합작공장(JV) 설립에 대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불안정한 투자 환경으로 중국 기업들의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고,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 거린메이(GEM)와 전구체 생산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그간 통상 불확실성으로 계획들이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중국 측에서 새만금 배터리 공장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 조사단을 한국으로 파견하기로 하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 공장 설립이 FTA 투자 부문 논의와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 배터리 공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에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의 국내 산업 투자를 통해 공급망 내재화 등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中 가격 경쟁력 공세…美 우회 진출 제재 리스크도
그러나 이번 FTA 논의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원활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쉬워지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합작공장을 설립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을 중국 기업의 '우회 진출 기지'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할 리스크도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한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전후로 통상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이 윈윈(Win-win)하도록 안보, 정서, 경제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 구체적인 FTA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