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괴물폭우…잇단 재난에 '피로 누적'
올해 1~9월 병가 23건 총 768시간…장기 병가 늘어
李 대통령 "엄정 책임" 발언에 부담·스트레스 가중
"전문성·책임 비해 보상 적어, 방재안전직 확충 시급"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와 '괴물폭우'로 인한 수해 등 재난 상황이 잇따라 터지면서 올해 광산구 재난·안전 담당 공무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 병가 사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광산구에 따르면 올해 1~9월 시민안전과 직원들의 병가 사용 건수는 23건(10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4건(6명)에 비해 64.3% 증가한 것이다.
총 병가 사용 시간은 전년 86.5시간에서 올해 768시간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평균으로는 14.4시간에서 76.8시간으로 5.3배 상당 급증했다.
특히 하루나 이틀 단기 병가 위주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장기 병가가 유독 많았다. 3일 이상 병가는 작년 2명 뿐이었지만 올해는 4일 1명, 6일 2명, 25일 1명, 48일 1명 등 5명으로 늘었다.
광주 다른 자치구 재난업무 담당 공무원들의 병가 사용이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동구 주민안전담당관 직원들의 병가 사용은 지난해 19건(1인당 평균 2.9일)에서 올해 16건(0.8일)으로 줄었다. 서구 안전총괄과 43건(6일2시간)→18건(2일), 남구 안전총괄과 96건(5.7일)→88건(5.9일) 등이다. 북구 안전총괄과는 59건에서 74건으로 늘었지만 총 사용일은 95.4일에서 60.1일로 오히려 감소했다.
광산구의 병가 사용 증가는 지난해 12월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지원부터 대형화재와 수해 등 각종 재난이 잇따르면서 담당 공무원 피로도가 누적된 게 원인으로 꼽힌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난 불이 수일간 이어지면서 화재 현장을 지키거나 이재민 지원을 업무를 위해 며칠간 밤잠을 설쳤다.
곧이어 일강수량 426.4㎜ 폭우가 쏟아져 어룡동·삼도동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현장 대응을 비롯해 하루 수십건의 재난 신고와 사유재산 피해 접수로 여름휴가도 제대로 갈 수 없었다.
하남산단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면서 재난업무 담당 공무원들 역시 업무가 몰렸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 특성에 따라 산업현장 화재·인명피해 등 크고 작은 사고도 끊이질 않아 타자치구 대비 업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엄정 책임' 발언도 현장 부담을 키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예방 가능한 재난·사고가 부주의로 발생하면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서 공직자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 이후 재난 관련 업무 공무원들 사이에서 '실수 한 번이면 끝난다'는 불안이 커졌고, 책임 강화로 심리적 압박이 심화됐다.
광산구 한 공무원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몰라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다. 재난·안전 관련 업무가 중요해지면서 압박감이 커졌고 스트레스도 극심하다"며 "재난·안전 업무는 모든 직원들이 기피하고 있다. '도저히 못버티겠다'며 보직을 바꿔달라거나 눈물을 터트리는 직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성이 필요한 직위에 장기간 근무하고, 근무성적 가산점과 수당을 지급하는 '전문직위' 역시 재난·안전 담당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현재 광산구에는 20명의 전문직위 공무원이 있지만 재난·안전 전문직위 신청 사례는 없을 정도로 해당 업무를 기피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공무원은 "재난·안전 분야는 높은 전문성과 책임을 요구하면서 비상근무도 잦고 보상은 적다"며 "정부가 재난·안전 공무원 수당 인상과 승진 혜택 강화를 추진하지만 현장에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안전 업무도 대다수가 일반 행정직, 건축직, 토목직 등이 맡고 있다. 광산구에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신규 직원을 포함해 2명뿐이다. 방재안전직 확충도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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