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내 생애 이런 순간을 보게 될 지 몰랐다" APEC·젠슨 황 효과...韓 AI·반도체·미래차 질주

조은효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2 16:32

수정 2025.11.02 16:32

APEC 기간, 젠슨 황 등 방한 숱한 화제 뿌리며
韓 AI, 반도체, 미래차 주도권 강화 계기 마련
코스피, APEC 기간 4.21% 상승
삼성전자, '11만 전자' 넘봐, 현대차도 상승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맥'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맥' 회동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비즈니스사에 기록될 명장면이다."
지난 10월 30일 밤 치맥(치킨에 맥주)회동 직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사업적 동반 관계를 넘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보여줬던 장면은 이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만들어낸 명장면 중 하나다. 산업계는 물론이고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내 생애 이런 장면을 보게 될지 몰랐다"는 등 인공지능(AI)·반도체, 미래차 산업을 둘러싼 기대감이 분출하는가 하면,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2일 산업계에서는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및 CEO 서밋을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 및 미래차 등 세 가지 분야에서 확실한 전환점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먼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선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편입이 단연 화제다.

삼성전자는 젠슨 황 CEO 방한을 계기로, 단숨에 HBM3E, HBM4, GDDR7 등의 공급 사업자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 공급자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제치고,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두 곳이 차세대 HBM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삼성, 현대차, SK, 네이버 등 기업과 정부는 이번 APEC 기간 젠슨 황 CEO 방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총 26만장이나 확보하는 데 성공, 제조업 대전환 및 세계 AI 3강 전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지난 몇 년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AI를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논의해 왔다"며 "한국 내 제조업을 위한 새로운 AI 클라우드 구축 파트너십이 현실화됐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주 APEC 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APEC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세계 3위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대미 관세 압박 완화(관세율 기존 25%→15%)다. 현대차그룹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앞서 이미 15%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세계 1위 도요타와 미국 시장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다. 또한 엔비디아와의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미래 모비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반(反)테슬라 진영의 맹주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맷 가먼 AWS CEO가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써밋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맷 가먼 AWS CEO가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써밋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업들은 이번 APEC을 계기로 방한한 글로벌 기업 CEO들과 미래 산업 주도권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열띤 회동을 전개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허태수 GS 회장을 비롯해 조주완 LG전자 사장, 네이버 최수연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등은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맷 가먼 CEO와 잇따라 회동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가먼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총 50억 달러(약 7조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APEC 효과' 내지는 '젠슨 황 효과'로 코스피는 APEC 주간인 지난주(10월 27~31일) 전주 대비 4.21% 오른 4107.50에 마감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협상 타결 효과로, 관세 협상 타결 당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에서 전날 한국거래소 종가 대비 각각 13.97%, 10.48%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의 스마트카(SDV)및 로보틱스 사업의 한 축인 현대오토에버도 엔비디아와의 협업 소식이 전해지자, 전일 대비 26.08%(4만2100원) 폭등한 20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 이른바 '5만 전자'였던 삼성전자는 CEO서밋 폐막일인 지난 10월 31일 10만7500원(종가)까지 상승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