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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불확실성 걷어낸 현대차·기아…수익성 개선에 '총력'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4 05:29

수정 2025.11.04 05:29

비관세 재고 바닥난 3·4분기 현대차·기아 두자릿수 영업익 감소
매출, 판매량 늘었지만, 조단위 관세 비용 영향
재료비 절감 등 효율화로 체질 개선 속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기아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기아 본사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3·4분기 관세 '직격탄'을 맞은 현대자동차·기아가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특히 비용절감 효과는 물론, 관세 인하 시점에 대한 사업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시장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양사는 공급망 개선, 포트폴리오, 인센티브 등 모든 요소들을 점검해 관세 비용 만회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현대차·기아 모두 판매 성장으로 인한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정작 수익성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경우 매출은 46조7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9.2% 감소한 2조5373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도 매출 28조68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늘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영업이익은 49.2% 급감한 1조462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양사 모두 지난해 3·4분기분기와 비교해 더 많이 팔았지만, 남는 것은 더 적었던 셈이다.

3·4분기 현대차·기아가 관세 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은 각각 1조8000억원, 1조2340억원에 달한다. 양사 모두 분기 영업이익에 가까운 액수를 관세로 내야 했던 셈이다.

이는 올해 3·4분기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자동차 고율 관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분기의 경우 현지에 쌓아놓은 재고로 일부 물량에 대해 관세를 피할 수 있었던 반면, 재고가 바닥난 3·4분기부터는 25%의 관세를 고스란히 부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 등 관세 협상을 일찍이 마무리한 경쟁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3·4분기가 끝나고 나서야 결론이 나온 점도 영향을 줬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지난달 29일 관세 인하안에 최종 합의하면서 일단 현대차그룹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분위기다. 특히 비용 절감 효과를 차치하고서라도 관세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점에서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여전히 15%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미국 자동차 수요가 당분간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인해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되며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업계에선 양사가 관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모두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보급형 라인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가격이 높아지면 오히려 점유율을 잃게 될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가격 인상보단 재료비 절감 등 자체적인 수익성 제고를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관세 비용의 60% 정도를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방어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략을 극대화해 손실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신차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양산차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하는 등 중장기 원가 절감 로드맵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차에서도 기존엔 비용이 많이 드는 배터리와 모터 등을 위주로 원가 절감 전략을 펼쳤다면, 비용의 크기와 관계없이 모든 부품에 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기아도 관세 충격을 체질 개선의 전환점으로 삼고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이번 관세 충격을 단기 손익 악화로만 보지 않고, 원가 절감과 내부 체질 개선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내실 경영과 효율화 중심의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