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예탁금 85조7136억까지 급증
개인 매수 늘어나며 '지지대' 역할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올 최대규모
빚투 과열은 조정 키울수있어 부담
개인 매수 늘어나며 '지지대' 역할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올 최대규모
빚투 과열은 조정 키울수있어 부담
코스피가 4100선까지 오르는 등 '역대급 불장'을 보이자 증시 대기자금과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 역시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어났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30일 기준 85조713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24일 79조4825억원에서 사흘 만에 6조4000억원 가량이 늘어난 규모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자금이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증시 대기자금'으로 해석한다.
빚투 규모는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2726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5조원대를 넘은 건 2021년 9월 28일 25조474억원 이후 4년 1개월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의 역대 최고치는 2021년 9월 13일 25조6540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시장에서는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코스피가 '4000선' 고지를 밟은 뒤 일정 기간 유지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리는 모습이다. 증시 대기자금과 빚투 규모 모두 통상 증시가 활황일 때 늘어난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4000선을 기록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과 27일 국내 증시에서 각각 2조1125억원, 1조914억원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코스피가 지난달 27~31일 5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4000선 이상을 기록하자, 매수세로 돌아섰다. 같은 달 28~31일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1조728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개인 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면서, 주주환원 강화 등 시장 친화 정책이 전개되면서 내년 '코스피 5000' 달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조정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는 주가에 맞춰 같이 올라가는 편이고, 투자자예탁금이 늘어났다는 것은 계좌 수가 많이 늘고 돈이 많이 들어왔다는 의미"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방어' 역할을 하면서 코스피 하락을 일정 수준 방어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빚투' 금액이 늘어난 만큼 단기적인 위험에도 큰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동안 증시를 견인한 인공지능(AI) 산업의 거품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으며, 미중 무역 갈등도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증시와 실물경제 간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한국은행의 금리 조정에 따라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레버리지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성장률과 통화량 증가율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불균형의 새로운 위험 요소로 주식시장 레버리지 투자가 부각될 수 있다"며 "'빚투' 확산으로 자산시장에 대한 금리의 영향력이 커졌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는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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