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韓 핵심기술 ‘줄줄’…3년간 유출 2배↑

박경호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2 18:31

수정 2025.11.02 18:30

반도체 등 올해만 15건 적발
韓 핵심기술 ‘줄줄’…3년간 유출 2배↑

최근 3년간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국내 핵심산업 기술의 해외유출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유출 사건이 15건 적발되는 등 기술탈취 시도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불법적인 기술 빼가기와 인력 스카우트가 이어지면서 산업 전반의 기술주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해외 기술 유출 사범 검거 현황(검찰 송치 기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해외 기술유출 사건이 총 15건 적발됐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8건에 그쳤던 기술유출 사건은 불과 1분기 만에 7건이 늘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차세대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기술유출 사범 검거건수는 연간 2022년 12건에서 지난해 27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기술유출이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유출된 기술 가운데 상당수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국가 핵심 기술들로 드러났다.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적발된 총 76건의 사건 가운데 24건(31.6%)이 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한 기술탈취였다. 반도체 역시 2023년 3건, 지난해 9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 4건이 추가로 적발되며 주요 유출 표적으로 떠올랐다.


실제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초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임직원 2명이 내부 기술자료 수백장을 촬영해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같은 달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최신 기술을 외부로 넘긴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충남 아산캠퍼스를 압수수색했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내부에서도 기술유출을 개인 일탈이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과 기술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한 번의 유출이 곧 시장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