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서 '韓 핵잠 도입' 공식화
보유할 SSN은 원자로로 추진 동력 얻어
'비핵무기' 美 필리조선소서 건조할듯
韓, 3600t급 진수 등 역량 키웠지만
독자형 개발 위해 핵연료 재처리 필요
원자력협정 개정 의해 저농축 가능해야
핵추진 시스템 등 인프라 투자도 나서야
보유할 SSN은 원자로로 추진 동력 얻어
'비핵무기' 美 필리조선소서 건조할듯
韓, 3600t급 진수 등 역량 키웠지만
독자형 개발 위해 핵연료 재처리 필요
원자력협정 개정 의해 저농축 가능해야
핵추진 시스템 등 인프라 투자도 나서야
■ 한국 SSN 공격원잠 보유…韓·美 윈윈의 산물
2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군 내부의 요구와 여론의 기대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계획인 362사업이 은밀히 추진되었지만 지난 2003년 외부에 공개되고 크게 파장이 일면서 좌초됐다. 이어 2020년대 초 재추진되었지만, 한미원자력협정이 발목울 잡았다.
해당 협정의 핵심은 핵연료가 군사적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한국이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능력의 보유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당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먼저 거론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외로 이 대통령이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핵연료를 미국이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지금까지 한국이 원자력 잠수함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설득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것이었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상호 윈윈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한국 보유할 SSN 공격원잠은 비핵무기
핵잠수함은 미국 함정 분류상 탑재한 무기에 따라 SSN, SSGN, SSBN 등으로 불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보유의 첫 관문을 통과한 원자력추진잠수함, 'SSN(Ship Submersible Nuclear)'은 추진 동력만을 원자로로 사용하는 '공격 원자력 잠수함'을 의미한다. 즉 SSN이 핵무기는 절대 아니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라는 얘기다.
'SSGN(Ship Submersible Guided missile Nuclear)'은 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한 핵잠수함이며, 'SSBN(Ship Submersible Ballistic Nuclear)'은 핵탄두를 넣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SSBN이 핵무기 보유국의 가장 중요한 궁극(窮極)의 핵 보복 수단으로 여겨진다.
미 해군은(2024년 8월 기준) 로스앤젤레스급 31척과 시울프급 3척, 버지니아급 19척을 포함한 총 53척의 SSN을 운용 중이다. 여기에 오하이오급 SSBN 14척과 기존 오하이오급을 개조한 총 4척의 SSGN 등 현존 지구 최강의 핵잠수함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공급망과 인력 부족 문제로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 목표 생산량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24년 11월 기준, 미 해군은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의 생산율이 연간 1.1~1.2척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목표했던 연간 1.5척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미 해군은 오는 2028년까지 연간 생산량 3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현재 093형과 094형 등 12척의 핵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하지만 중국은 방대한 조선 능력을 바탕으로 해군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핵잠수함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일부 분석에서는 중국의 핵잠수함 연간 건조 능력은 약 4~5척으로 추정되며, 3년간 7~8척을 건조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의 유일한 핵잠수함 건조 조선소는 랴오닝성 후루다오(Huludao)에 위치한 보하이 조선소로 알려졌다. 이 조선소는 중국 국영 기업인 보하이조선중공업(BSHIC)이 운영하고 있으며, 핵잠수함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확장 및 현대화가 진행됐다. 이후 2019년에 4개의 새로운 대형 조립동과 작업장이 추가되었고, 지난해에는 잠수함 건조 베이가 20개 더 증설되는 대규모 확장이 이루어졌다.
현재 095형 핵추진 공격 잠수함(SSN)과 096형 핵추진 탄도 미사일 잠수함(SSBN) 등 신형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또 다른 조선소에서도 신형 핵잠수함이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는 중국의 핵잠수함 건조 역량을 보하이 조선소 한군데가 아닌 다른 곳으로 확장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정보당국도 중국이 보유한 잠수함은 2024년 기준 비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총 56척으로 내년까지 잠수함 65척, 오는 2035년에는 러시아의 최신 기술을 도입한 최신형 096형 저우급 핵잠수함 등 80척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군사전문가 리정체도 최근 "러시아가 제공한 소음 저감 기술을 적용한 096형 잠수함이 나오면 미군에게 엄청난 위협이다. 이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투자·인프라 문제 등 산적
통상 미국이 운용하는 핵추진 잠수함에는 90% 내외의 고농축 우라늄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만큼 적은 양의 우라늄을 넣어도 잠수함의 수명 주기(약 30년 이상) 동안 교체 없이 운용할 수 있다. 반면 프랑스와 중국 등은 안전성 문제로 핵추진 잠수함에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좀 더 많이 넣는 방식의 핵잠수함이 건조되고 있다.
한국이 향후 K방산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독자적 핵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려면 '핵연료'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현재 한국은 2015년 6월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연구 분야에서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20% 미만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마저도 미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평화적 이용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군사적 이용은 금지된다. 이 때문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핵연료를 러시아 등에서 대다수 수입한다. 수입된 핵연료는 4~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이다. 핵추진 잠수함에 넣기엔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대안은 고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거나, 우라늄을 20% 내외로 농축할 수 있어야 한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예비역해군대령, 손원일함 초대함장)은 어떤 수준의 핵추진잠수함을 효율적·경제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핵연료 취급·교체·폐기에 이르는 전 주기 관리체계를 갖추어야 하기에, 이는 단순한 건조 기술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이며, 결국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는 첫 번째 함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도 사업 착수부터 실전 배치까지 8~10년이 걸린다. 특히 핵연료 교체 주기와 관련된 시설, 방사선 안전관리, 비상대응 시스템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우리는 이제 필리조선소에서 우리가 운용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방안과 효용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군과 협력 경험이 풍부한 조선소로, 미국의 설계·운용 기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 이미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핵추진 시스템 통합 경험은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의 기술적 지원과 우리의 생산역량이 결합된다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건조비가 최소 3배 이상 비싸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약 7800~1만200t) 한 척 건조비는 약 35억~40억 달러(한화 약 5조 원)수준이다. 한국이 LA급이나 버지니아급 SSN(약 7100~7900t) 또는 그 이하 규모의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더라도 핵연료 취급 설비, 운용 인력 교육, 원자로 안전체계 등을 새로 구축한다면 초기 설비투자까지 포함해 그 이상이 들 것으로 최 소장은 전망했다.
한국이 초도함 건조에 소요되는 비용은 10여년에 걸쳐 분산 투입되기 때문에 합리적·효과적 안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능력 "상당 수준"
우리나라는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3000t급 이상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보고-III 배치-I와 배치-II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잠수함 설계·건조·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3600t급 장보고-III 잠수함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지만, 구조적으로는 향후 핵추진 시스템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다수의 민간 기업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이는 핵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소형 고밀도 원자로 기술과 유사한 기반 위에 있다. 따라서 핵연료만 확보된다면, 기술적 측면에서 제약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정익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좌교수는 "현재도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 근거해 (미국 기술을 이용한)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며 다만 평화적 목적으로만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야 하는 단서 조항 때문에 미국의 시각에 따라서 이것이 평화적 목적이 아니라고 하면, 협정을 위반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저농축 우라늄에 포함되는 핵연료의 우라늄 235를 20%까지 농축할 수 있으며,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소형원자로인 SMART 원자로는 한미원자력협정에 제약받지 않도톡 설계 기술을 미국 기술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일체형' 원자로라는 독특한 형태의 원자로를 선택했다. 또한 설계에 사용된 도구들과 사고를 해석하는 안전해석 소프트웨어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석좌교수는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제한하는 20%의 저농축 우라늄만으로도 원자로 설계를 최적화하면, 보통 창정비(완전 분해·점검·수리 후, 최초 성능으로 복원하는 최상위 단계의 정비)가 이뤄지는 6.5~7.5년 주기를 넘는 10년 가까이 핵연료 재장전 없이 운용할 수 있는 핵잠수함용 원자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SSN은 강력하지만, CNI 작전화 중요
현재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는 핵보유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과 인도 등 6개국뿐이다. 배터리를 재충전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가거나 스노클링을 해야 하는 디젤-전기 잠수함과 달리 SSN은 수개월 이상 잠수할 수 있어 생존 가능성과 디젤 잠수함 대비 2배 이상의 속도와 무제한 항속거리를 제공한다.
SSN 공격 원잠은 일명 헌터킬러(Hunter Killer)라고 불린다. 표적을 찾는 역할(Hunter)과 파괴하는 역할(Killer)을 수행한다. 태생적으로 적 잠수함과 수상함을 추적·견제·격침하도록 특화된 적 잠수함을 잡는 잠수함이라는 뜻이다. 공군에 비유하면 전투기에 가깝다.
공격원잠은 또 정보 수집·감시·정찰 작전을 수행하고, 대잠수함 및 대수상함 전투를 통해 적의 해군력을 무력화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며. 적의 핵심 지상 목표물에 대한 타격도 가능하다. 공군에 비유하면 정찰기와 폭격기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의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과 해양 영역 인식 향상, 한반도 너머 인도-태평양 전 영역으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탁월한 전력을 갖추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시점에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실전 배치는 10년 후에야 가능하다. 또 비핵무기이기 때문에 북한과 잠재적 적국의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억제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확장억제 실행 개념인 우리 군의 재래식 전력과 미군의 핵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CNI(핵·재래식통합, 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작전화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반 교수는 특히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핵자강의 완성인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확보되면 CNI 작전화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과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핵자강에 나설 것이 아니라면 이는 더 강화·공고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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