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포함한 주요 8개 산유국, 2일 화상회의
12월 증산 규모 대폭 낮추고 내년 1분기에는 추가 증산 멈추기로
내년 석유 시장 공급 과잉 우려
12월 증산 규모 대폭 낮추고 내년 1분기에는 추가 증산 멈추기로
내년 석유 시장 공급 과잉 우려
[파이낸셜뉴스] 올해 러시아의 공급 불안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석유 생산을 늘렸던 주요 산유국들이 내년 1·4분기에는 증산을 멈추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제 공급 과잉을 걱정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을 포함한 8개국의 에너지 장관들은 2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었다. 해당 국가들은 12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포함해 총 23개국이 참여하는 산유국 협의체 OPEC+에서도 자발적 8개국(V8)으로 불리는 핵심 산유국들이다.
V8의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오는 12월 석유 생산량을 일평균 13만7000배럴 늘리고, 내년 1·4분기에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추가 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OPEC+는 지난 2022년부터 유가 부양 차원에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V8은 이와 별도로 자발적 감산을 시행했다. V8은 지난 4월부터 증산 기조로 돌아섰고 지난 9월 기준으로 이전에 시행했던 일평균 220만배럴의 감산을 모두 되돌렸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는 일평균 165만배럴의 또 다른 감산량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또는 전부 복원할 수 있다고 재차 확인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V8의 태도 변화에 대해 공급과잉을 지적했다. 앞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적으로 내년 석유 공급이 수요를 일평균 최대 400만배럴 초과한다고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4%에 해당한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15% 넘게 떨어졌다. OPEC+ 전체 회원국은 이달 30일 회의를 열어 내년 생산량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다국적 에너지 기업 로열 더치 셸의 와엘 사완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V8이 미국의 제재로 인한 러시아 석유 공급 감소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제재를 부과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에도 2차 제재를 시행했다. 제재 발표 직전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이후 65달러로 반등했다.
다국적 석유컨설팅업체인 에너지에스팩츠는 해당 제재로 일평균 140만~260만배럴 규모의 러시아 석유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인도의 수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2022년 이후 구축한 우회 수출망 덕분에 제재가 실제 석유 수출에 큰 차질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여전하다.
미국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대표는 "현재 석유 수출량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한 달 전 생산된 물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4주 뒤부터 실제 영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측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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