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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는 현장, 꺼지지 않는 불빛…APEC 숨은주역 '전력'

뉴시스

입력 2025.11.03 07:01

수정 2025.11.03 07:01

"1초의 정전도 없었다"…APEC 전력 안정 지탱한 사람들 24시간 비상상황실 가동…단 한건의 전력장애도 없었다 UPS·비상발전·예비선로 '4중전원'으로 완벽한 전력 안정
[경주=뉴시스] 한국전력 경주지사 비상상황실.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뉴시스] 한국전력 경주지사 비상상황실.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뉴시스] 김정화 기자 =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화려한 회담의 뒤편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력'을 지킨 이들의 숨 가쁜 하루하루가 있었다.

전력은 정상회의장 운영 뿐만 아니라 방송 송출, 통신, 교통, 숙박 등 모든 시스템의 기반이다. 국가 행사에서 단 몇 초의 정전은 곧바로 국가 신뢰로 직결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야말로 APEC 성공 개최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지난해 6월 APEC 개최지가 경주로 확정된 이후 한국전력(한전)은 1년 넘게 긴장 속에서 준비를 이어왔다.

◆"공사 구간 조정하고 조기 착공"…1년 걸린 전력망 확충

3일 한국전력 대구본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8월 'APEC 전력확보 추진위원단'을 꾸리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전담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전력 인프라 확충이었다.

APEC 주요 행사장인 보문단지 일대는 지중선(地中線)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지역이다. 행사 기간 중 과부하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한전은 이를 막기 위해 추가 배전선로를 인출하고 경주·왕신·입실변전소를 잇는 3개의 신규 전력선로를 구축하며 유사시 다른 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전력 연계망도 강화했다.

총 1년의 공사 기간과 약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전력망 확충 사업은 지난 9월에 완료됐다.

한전 관계자는 "경주시청의 협조 덕분에 공사 구간을 조정하고 조기 착공을 통해 제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주=뉴시스] 주요 행사장 지상개폐기 PD(부분방전)진단.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뉴시스] 주요 행사장 지상개폐기 PD(부분방전)진단.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4중 전원 체계'로 한순간의 끊김도 없이

APEC 정상회의장인 HICO, 만찬장 라한호텔, 그리고 각국 정상단 숙소 10곳은 모두 '4중 전원 체계'로 보호됐다.

전력은 주공급선로를 통해 공급되고 이 선로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예비 선로가 작동한다. 예비선로마저 끊기면 비상발전기가 자동으로 가동되고 발전기가 돌기 전까지 UPS(무정전전원장치)가 전압을 유지한다. 천재지변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도 전력공급이 단절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체계를 구축했다.

한전은 APEC 개막 전까지 송전·변전·배전 설비를 포함해 약 1만5000곳의 전력 계통을 정밀 점검했다. 고객 측 수전설비까지 포함한 전 구간을 진단했고 행사 기간에는 시설별로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한전 관계자는 "행사 중에는 주요 설비마다 담당자가 붙어 밤낮없이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경주=뉴시스] 한국전력 경주지사 비상상황실.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뉴시스] 한국전력 경주지사 비상상황실.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단 한 건의 전력 장애도 없다"…24시간 비상상황실 운영

APEC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각국 대표단이 모두 떠날 때까지 한전 경주지사에 설치된 비상상황실은 단 한 순간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상황실은 'APEC 전력확보 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주요 행사장별 전력 부하량과 선로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현장점검, 복구 등을 담당하는 특별안전기동대는 주야 2교대로 편성, 주요 변전소와 선로를 순찰했다. 위치정보와 현장 상황은 GPS 기반 시스템과 PS-LTE(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해 즉시 상황실에 전달됐다. 실제 행사 기간 단 한 건의 전력 장애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전 특별안전기동대 관계자는 "기동대가 현장을 누비며 설비를 직접 점검했다"며 "한순간도 불빛이 끊기지 않도록 모두가 긴장 속에서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경주=뉴시스] 보문단지 공급 설비를 점검하는 황상호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주=뉴시스] 보문단지 공급 설비를 점검하는 황상호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사진=한국전력 대구본부 제공) 2025.11.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력을 지킨다"…완벽한 전력 안정

행사의 화려한 조명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땀방울이 있었다. APEC 정상회의의 무대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무대를 떠받친 전력 안정 덕분이었다. 경주 APEC의 성공 뒤에는 불빛이 꺼지지 않은 현장 그리고 1년 넘게 쉼 없이 달린 한국전력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APEC 성공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한전 관계자는 "APEC이 개최된 보문단지는 땅 밑으로 전력공급선로가 지나가는 지중 공사 지역이라 전력 계통 보강 공사 시 불가피하게 굴착공사가 필요하다"며 "굴착 허가에 따른 행정 처리 시간, 매장 문화재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력 장애 없는 APEC 개최는 단순한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력 시스템의 신뢰를 세계에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제행사에서 완벽한 전력 안정 시스템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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