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 회장 "AI 칩 공급 병목 현상"
전력·인재 확보에 정부 역할 중요
전력·인재 확보에 정부 역할 중요
AI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절박감이 더 느껴진다. 세계 빅테크들의 경쟁으로 올해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금액은 6000억달러(약 800조원)가 넘는다며, 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25%를 기록한 성장률을 단번에 뛰어넘는 수치라고 했다.
AI 컴퓨팅을 뒷받침할 AI 칩은 지금 공급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최 회장은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산능력을 늘리고 기술개선을 통해 메모리 병목현상을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문을 연 청주 M15X 공장과 2027년 완공되는 용인클러스러를 기반으로 생산량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혁신적인 초고용량 메모리 칩을 개발해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다.
최 회장의 발언은 AI 핵심 칩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업체로서 AI 관련 기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이날 SK는 차세대 HBM 로드맵도 공개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HBM4 16단, HBM4E 8단·12단·16단, 커스텀 HBM4E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HBM5와 HBM5E는 오는 2029년부터 2031년 사이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야심찬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 한발짝 앞서 있는 AI 개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미국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첨단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은 한국의 AI 잠재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SK 서밋 행사에 영상메시지를 전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SK와 파트너십은 단순한 비즈니스 협력을 넘어선다"며 "한국은 이미 AI 도입과 활용 면에서 세계적인 선도국가"라고 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 회장이 말한 것처럼 제반 시설 확충과 인력 양성이 따라야 AI 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시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시설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부터 전력, 에너지솔루션까지 제공해 한국형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AI 대전환을 위한 토대 마련은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특히 중장기적 전력 공급계획이 필수적이다. 저비용 전력 생산은 원전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반도체 용수 공급도 정부 차원에서 해법이 나와야 한다. 이공계 인재 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지원책도 시급하다. 정부가 제 역할만 하면 AI 3강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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