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꿈 바탕으로 그려…"작가는 평생 창작하는 직업, 웹소설도 쓰고파"
신일숙 "'마누의 딸들', '아르미안' 독자 위한 선물 같은 만화"40년 전 꿈 바탕으로 그려…"작가는 평생 창작하는 직업, 웹소설도 쓰고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980∼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여학생이라면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순정만화로 분류됐지만, 뻔한 로맨스 장르는 아니다. 모계사회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제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4명의 자매가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가는 이야기를 담아낸 대서사시다.
이 만화가 세상에 나온 지 약 40년 만에 그 원형에 가까운 이야기인 '마누의 딸들'이 웹툰으로 나왔다.
두 만화를 그린 신일숙 작가는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1986년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시작했으니 지금이 40년째다.
웹툰 '마누의 딸들'은 제목부터 캐릭터, 설정까지 여러 면에서 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닮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이야기가 모두 신 작가가 40년 전에 꿨던 꿈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꿈속에 한 부족이 나왔다. 외부 침입을 받자 마누(여성 지도자)의 네 딸 가운데 첫째 딸은 뱀으로 변해 도망치고, 막내는 사슴으로 변했다. 셋째는 엄마와 함께 있어 잡히지 않지만, 둘째는 잡히고 말았다"며 이 꿈속 이미지를 그대로 만화로 옮겼다고 했다.
다만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는 페르시아 전쟁사를 입혔고, '마누의 딸들'은 꿈속 모습을 좀 더 그대로 담아냈다는 차이가 있다.
모계사회라는 핵심 설정도 동일하게 유지했다.
두 만화 모두 여왕 격인 '마누'가 여러 남자를 통해 아이를 얻고, 그 가운데 초능력을 지닌 딸을 후계자로 삼는 독특한 모계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 작가는 "과거 씨족사회는 모계사회였다는 설도 있고, 거기다가 앞일을 예언할 수 있는 신모 같은 존재라면 더더욱 (지도자 역할을) 했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러모로 닮은 두 작품이지만,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갈 전망이다.
신 작가는 '마누의 딸들'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프리퀄(앞 이야기)이 아니고,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작품은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다. 초반과 설정만 비슷하고 나중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며 "지금은 전체 이야기의 20% 정도까지 왔다"고 귀띔했다.
신 작가는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해 4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2000년대 팔 인대가 끊어져 재활에 힘썼던 순간을 제외하고는 쉴 새 없이 만화를 그렸다.
'롱런'한 작가인 만큼 만화가 후배들이 건강을 깎아가며 일하다가 40대에 은퇴를 꿈꾸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기도 했다.
그는 "젊은 작가들이 (창작 활동을) 마라톤처럼 여겼으면 좋겠지만, 다들 100m 달리기처럼 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아야 나이가 들어서도 작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63세를 맞은 신 작가는 아직도 꿈에서 종종 영감을 받는다면서, 독자가 있는 한 계속 창작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작가는 평생 창작을 하는 직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독자가 있는 한 작가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짧은 이야기는 계속 내놓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긴 이야기는 웹소설로 쓰거나 제가 스토리를 쓰고 다른 작가와 협업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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