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은 애도문에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영남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3일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대남 업무를 맡았던 김영철·리선권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주목된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 사망 때는 장의위원회에 포함됐었다. 조문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뤄지며 5일 오전 9시 발인한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김일성종합대학 재직 중 모스크바 유학길에 올랐다가 1952년 귀국해 중앙당학교(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를 거쳐 노동당 국제부에서 본격적으로 당 및 외교 관료로 정치에 입문했다.
20대 때부터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북한의 3대 권력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단 한번의 좌천을 겪지 않은 인물이다.
대외활동을 기피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외교를 도맡으면서 북한의 대표로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렸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방남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도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정상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9년 91세를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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