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증가 거시경제적 배경' 보고서
생산성 둔화가 GDP와 국내 자본량 줄여
해외자본투자 의존·생산성 하락, 日과 닮아
"노동유연화 등 경제구조개혁 지속해야"
생산성 둔화가 GDP와 국내 자본량 줄여
해외자본투자 의존·생산성 하락, 日과 닮아
"노동유연화 등 경제구조개혁 지속해야"
[파이낸셜뉴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둔화가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국민소득의 상당부분이 해외 투자로 전환되는 패턴이 '잃어버린 30년' 장기 저성장에 빠진 일본과 유사하다. 국내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은 채 해외 투자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서 "생산성 둔화는 직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뿐만 아니라 국내 자본량을 감소시킨다"며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충격)이 1.5배 정도로 증폭된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 비중은 2000~2008년 0.7%에서 2015~2024년 4.1%로 6배 정도 늘었다.
이에 KDI는 생산성 둔화(0.1%p)에 따른 국내 투자 위축, 국내 자본량 감소(0.05%p)가 GDP를 0.15% 줄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GDP의 0.7%, 약 18조원의 국내 자본량이 줄었는데, 그만큼 순대외자산 규모가 늘었다.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빠져나갔다. 가계는 국내 주식을 팔고 수익률이 높은 해외 증시로 이동했다.
이처럼 국내 투자는 위축되고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는 20여년 전 일본과 유사한 패턴이다. 일본은 생산연령인구(15~64세) 증가율이 1965년 2% 안팎에서 2004년 0.5% 정도로, 같은 기간 생산성 증가세도 3%에서 0% 정도까지 하락했다. 한국도 1985년에서 2024년까지 흐름이 유사하다.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생산성과 인구구조가 한국과 유사한 일본에서도 생산성 둔화로 경제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로부터의 투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며 "생산성 둔화가 노동소득(임금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경제주체에게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고 했다.
일본은 2010년대부터 순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됐으나 GDP 6% 수준의 소득수지 흑자에 의존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순해외투자가 확대됐다. 국내 투자와 생산성이 추락해 경제 전반의 활력이 위축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이렇게 순대외자산이 증가하고 국내투자 수익률에 비해 해외투자 수익률도 높아지면서 소득수지는 2010년대에 흑자로 전환했다. 소득수지 비중은 2000년 -0.7%에서 2024년 1.2%로 확대되고 GDP 비중은 1.9%p 감소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 투자 소비로 경제가 돌아가 버는 돈보다 해외 투자에 더 많이 의존한 것이다.
KDI는 해외 투자 증가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투입 둔화가 국내 자본수익성을 떨어뜨려 순해외투자 확대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소득 감소를 완화해주는 해외 투자를 제약할 수는 없지만 국내 경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KDI는 제언했다.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국내 생산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면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해 연공서열형, 정규·비정규직 차별적 임금체계와 같은 제도를 개혁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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