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부녀 억울함 풀었지만…'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진범 재수사

뉴스1

입력 2025.11.04 15:21

수정 2025.11.04 18:31

28일 오후 광주고등법원에서 가족과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재심 재판을 받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부녀가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28일 오후 광주고등법원에서 가족과 마을 주민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재심 재판을 받은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부녀가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렸던 부녀가 16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진범을 찾기 위한 재수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피고인들인 부녀에 대한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지난달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백점선 씨(75)와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딸 백 모 씨(41)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의 시작은 2009년 7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순천 한 마을에서는 청산염이 섞인 막걸리를 나눠 마신 백 씨의 아내 최 모 씨와 마을 주민 1명이 사망했다.

함께 막걸리를 마신 마을 주민 2명은 음료를 토해 목숨을 건졌으나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의 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갑작스럽게 '자백'을 들었다며 딸을 긴급체포하고 직접 수사로 전환했다.

검찰은 '아버지와 딸이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수일 전부터 공모했다. 아버지가 막걸리와 청산염을 준비한다. 딸이 막걸리에 청산염을 혼입한 다음 마당에 가져다 둔다. 이후 아버지가 막걸리를 피해자에게 가져가도록 했다'는 공소사실로 이들 부녀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16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이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경찰청이 재수사를 결정할 경우 해당 사건은 전남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이 맡게 된다. 현재까지 수사 내용과 관련 증거가 모두 재심 재판부에 넘어가 있는 만큼, 경찰청이 재수사를 결정하면 서류들이 전남청에 이관될 수 있다.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폐지됐으나 진범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건이 발생한 지 16년이 지난 데다 수사에 투입됐던 경찰 지휘부는 상당수 퇴직했고 검찰 수사관들과 당시 검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판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백씨 부녀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무죄가 확실하다. 당시 검찰이 피고인들에 대한 위법 수사에만 초점을 맞춰놨기에 다른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이 너무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의 일방적 예단 수사에 진범 수사가 중단됐다.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족을 잃은 피고인들을 위해서라도 조속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재수사 결정이 나면 전남경찰청이 수사를 맡을 것으로 본다.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만큼 자료 분석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