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기고] 안전한 바다를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약속

뉴스1

입력 2025.11.04 17:28

수정 2025.11.04 20:41

안철준 울산해양경찰서장.(울산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안철준 울산해양경찰서장.(울산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안철준 울산해양경찰서장 = 여름을 지나 가을을 건너며 울산의 바다는 다시 짙어지고 있다.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항구의 고동 소리와 어민의 손끝이 어우러져 한 편의 풍경을 만들지만, 언제나 그렇듯 바다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안고 있다.

최근 수년간 울산 관내 해역에서 발생한 해양 사고 가운데 상당수는 원거리 어선 조업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나 선박 장비 고장, 안전 부주의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통계를 보면 올해 총 101건의 해양 사고 중 어선 사고가 45건(약 45%), 그중 15건(약 33%)이 원거리 조업 중 사고였다. 또 최근 3년간 발생한 원거리 조업 어선 사고(75건)의 41%(31건)가 인근 어선이 직접 구조에 나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사례였다.



이처럼 울산 해역에서 원거리 조업 어선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사고 초기 단계에서 인근 조업 어선의 구조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사고 해역이 먼 바다인 경우 해양경찰 함정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사이 가장 가까이 있는 어선의 즉각적인 대응이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바다 위 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순간의 부주의,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 또는 장비 이상으로 인해 오늘의 구조자가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언제든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주변 어선과 상호 협력하는 안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통신의 중요성'이다. 일부 어선에서는 조업 중 잡음이 심하다는 이유로 통신기를 꺼두는 경우가 있지만, 통신기는 단순한 장비가 아니라 바다 위 생명줄이다. 통신이 꺼져 있으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조 요청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구조 골든타임이 허비된다. 이는 해양경찰과의 연결뿐 아니라 인근 조업 어선과의 긴급 교신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울산해경은 해상 안전사고 예방과 신속한 구조를 위해 조업 어선 대상 수시 안전교육, 파출소 통신장비 설치·점검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실제 어업 현장에서도 "인근 어선의 구조가 없었다면 인명 피해가 불가피했을 사고가 적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선과 어선, 어선과 해경이 서로 믿고 연결될 때 비로소 바다의 안전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울산해경은 앞으로도 어업인과 함께 협력의 안전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조업 중 통신 청취 생활화 캠페인 △민·관 합동 구조훈련 △통신장비 점검 및 안전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울산의 바다가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생업을 지탱해 온 삶의 터전인 만큼, 이제는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한다.
서로를 살피며 '작은 안전 수칙도 놓지 말자'는 사소한 약속이 지켜질 때 울산의 바다는 더 안전하고 따뜻한 바다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