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공급계획 등 언급
"제도적 기반 마련" 국회에 요청
저출생 등 민생 어젠다도 내세워
아동수당 확대·청년미래적금 추진
"제도적 기반 마련" 국회에 요청
저출생 등 민생 어젠다도 내세워
아동수당 확대·청년미래적금 추진
■"AI 외교, 예산으로 이어야"
이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대규모 투자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것은 대선 당시부터 일관되게 내세웠던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이자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당시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만나 한국의 AI산업 투자 확대를 요청했고 10월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와 만나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엔비디아, AWS 등 글로벌 AI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이 대통령의 'AI 외교'가 구체화됐다.
APEC 회의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한국은 AI 전환을 위한 최적의 시험대"라며 최첨단 블랙웰 GPU 26만장 공급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이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5~6개를 새로 지을 수 있는 규모로 정부의 기존 목표치였던 5만장을 훌쩍 뛰어넘는다. 황 CEO는 삼성, SK그룹, 현대차, 네이버클라우드 등 주요 기업과도 공급 협력에 합의했다.
AWS 역시 한국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맷 가먼 CEO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참여해 오는 2031년까지 인천·경기지역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WS는 이미 울산에 40억달러 규모의 'AI 존' 건립을 추진 중이다. 향후 국내 총투자규모는 90억달러(약 12조60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오픈AI도 SK그룹과 협력해 국내 광주·전남 등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과 연계돼 해남과 광주 등에서 초대형 AI 인프라 허브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 AWS, 오픈AI 등의 투자가 담긴 'AI 국가' 프로젝트가 외교적인 수사에만 머무르지 않게 국회에 관련된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목은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야권을 향한 압박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AI 시대 중도 리더십' 그리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기술 중심 성장론에 머물지 않고 저출생·청년·균형발전 등 민생 어젠다도 함께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기술 중심 성장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이 중심이 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히며 포용적인 성장 기조를 강조했다. 아동수당 연령 확대, 청년미래적금 신설, 대중교통 정액패스 도입 등 생활밀착형 예산도 동시에 내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AI와 관련된 성장 어젠다만이 아니라 전통적 진보진영의 어젠다였던 민생도 함께 아우르려는 의지가 돋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날 언급한 산업화의 박정희 대통령, 정보화의 김대중 대통령을 잇는 대목에서 "AI를 국가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산업화·정보화에 이은 제3의 도약기를 열겠다는 구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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