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황

가상자산 약세 속 채굴업체 주가만 강세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4 18:16

수정 2025.11.04 18:26

AI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 효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채굴업체 주가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 감소)’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전환을 시도한 기업들이 빅테크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4일 글로벌 금융 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가상자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스트래티지 같은 비트코인 보유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가격은 14.5% 떨어졌으며 코인베이스와 스트래티지도 각각 -13.5%, -24.73%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 테마에 올라탄 아이렌(34.26%), 싸이퍼마이닝(54.83%), 비트팜스(36.54%) 등 채굴업체 주가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싸이퍼마이닝과 아이렌은 각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잇따라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채굴업체들이 AI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2024년 비트코인 반감기로 블록당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채굴 경쟁 심화로 채굴 난이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채굴 인프라는 전력 용량, 대규모 서버 인프라 부분에서 AI 데이터센터와 구조적 유사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 진단이다.

iM증권 양현경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일부 상쇄할 수 있으나, 2024년부터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의 추가 상승여력은 제한적”이라며 “과거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겪었던 채굴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입원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1년간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은 110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조달하며 데이터센터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도 아이렌이 비트코인 채굴보다 AI 데이터센터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신한투자증권 허성규 선임연구원은 “아이렌은 확보 및 개발예정인 AI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용량이 약 2.15GW로 추정된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낮은 금리로 선제 조달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판매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짚었다.

하지만 급등한 주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설비는 6~12개월 내 구축이 가능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설계와 전력 인프라 강화 등을 포함해 최소 2~3년가량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최근 채굴업체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선반영된 상태에서 수익화 타임라인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주식 희석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