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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주도 재건축·재개발 추진에…"재산권 침해" 원주민 반발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4 18:18

수정 2025.11.04 18:17

공급대책 후속법안 잇단 발의에
벌써부터 "결사반대" 여론 부글
'소유권 이전'부터 막힐 가능성
공공성 강화에 이해상충 우려도
명확한 유인책 없인 사업 어려워
그래픽=홍선주 기자
그래픽=홍선주 기자
정부가 발표한 9·7 부동산 공급대책의 밑그림이 국회 후속법안으로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정비업계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실상 공공이 강제 수용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소유권 이전' 단계부터 사업이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與 '재건축·재개발, 공공 시행' 법안 발의

4일 업계에 따르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기업이 기존 토지·건축물 소유자의 소유권을 이전 받아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발의했다. 준공 이후에는 기존 소유자에게 '우선 공급' 방식으로 보상·분양해, 원주민의 재정착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도 지난달 22일 민간사업으로는 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을 공공지구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일몰을 삭제해 상설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내놨다.

사업계획 승인 시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추가하고 건축물의 높이제한을 완화하는 인센티브도 추가했다.

이들 법안은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발표한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 도심복합사업 제도를 개선해 수도권에 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반발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재개발 사업장의 토지소유자 A씨는 "내가 가진 집을 공공이 짓는다면 결사 반대"라며 "정부와 동업을 해서 개인이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 정부 필요에 의한 목적달성에 이용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비업계 관계자 B씨도 "신탁 방식의 정비사업장에서도 신탁사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며 갈등이 일어나는데, 공공은 어떻겠나"라며 "임대주택 확대 등 공공성 강화라는 공공의 목적과 개인이 원하는 바가 달라 이해상충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용 단계서 막힐 것" 실효성 의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21년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명확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 정부 시즌2'라는 지적이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산업실장은 "당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초기 자금 문제와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추진이 잘 되지 않았다"며 "개선책 없이 유사한 대책이 나와 이번에도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시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외곽지역도 정비사업 분담금이 기본 5억원부터 시작한다"며 "자금 부족으로 추진이 어려운 사업을 정부가 수용해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고 했다. 또 "소유주가 비교적 적은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도 토지 수용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며 "토지 수용 난이도가 매우 높아, 수용 단계에서부터 속도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도 "공공은 공공성 강화를 이야기 할 텐데, 그에 상응하는 용적률 인센티브나 사업 속도 개선, 공사비 원가 감가 등 명확한 유인책을 주지 않는 한 소유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