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마지막 자사주 소각 9년 전…여전히 33% 쥐고 있는 영흥

뉴스1

입력 2025.11.05 05:31

수정 2025.11.05 05:31

영흥 전경 ⓒ News1
영흥 전경 ⓒ News1


오픈AI의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오픈AI의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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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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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자사주 보유율이 32.71%에 달하는 철강 전문 업체 영흥(012160)의 자사주 소각이 약 9년 전을 끝으로 뚝 끊겼다.

영흥은 자사주의 대부분을 계열사 흡수합병 과정에서 취득했는데 주식매수청구권으로 획득한 주식 외에는 처분이나 소각 의무가 없는 주식이다.

여기에 2019년에 발행한 전환사채 상당수가 신주로 전환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된 상태다. 영흥의 자사주 소각 계획에 관심이 몰리지만 회사는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다.

흡수합병으로 자사주 덩치 키운 영흥…한때 46.84%까지

5일 영흥에 따르면 회사는 3314만 69주의 자사주를 보유해 32.71%의 보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중견, 중소기업 상장사(금융회사 제외) 중 8번째로 큰 규모다.

영흥의 첫 번째 자사주 취득은 2011년 12월에 있었다. 그전까지 자사주를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았던 영흥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72만 8000주를 처음으로 매입했다.

이후 영흥의 자사주는 계열회사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 11월 영흥이 자신의 최대 주주였던 세화통운을 흡수합병하면서 세화통운이 보유하고 있던 영흥 주식 2952만 7600주를 자사주로 편입했다.

여기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72만 8000주)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주식(357만 1272주)까지 더하면서 세화통운 합병 후 영흥의 자사주 보유율은 43.15%까지 올라갔다.

이후 자사주 80만 주를 한 차례 처분하긴 했으나 2016년 4월 계열사였던 삼목강업을 흡수합병하면서 또 한 번 자사주 보유율이 크게 증가했다.

삼목강업과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합병으로 인한 신주 발행 등으로 삼목강업 합병 후 영흥의 총 자사주는 4442만 4122주, 보유율은 46.84%까지 오르기도 했다.

자사주 900만주 소각했지만…전환사채로 지분 가치 희석

영흥이 자사주를 쌓아두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6월 영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900만 주를 소각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이는 당시 총발행주식의 9.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영흥은 세화통운과 삼목강업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취득한 자사주 전량(361만 5596주)도 처분했다. 이는 흡수합병 시 획득하는 주식매수청구권 주식을 5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2024년 3월 자동차부품 사업부문을 와이에이치오토로 물적분할하는 것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주식 133만 1543주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주식은 취득일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처분될 예정이다.

영흥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는 하고 있지만 현재 기준으로 소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뚜렷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2019년 영흥이 발행한 1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1회차)는 대거 신주로 전환 발행되면서 기존 소액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된 상황이다.

영흥은 2019년 12월 1612만 9032주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해당 전환사채는 이후 1548만 3863주가 신주로 전환되면서 신규 발행 및 상장됐다. 이에 따라 전환사채 발행 전 8582만 6509주였던 총발행주식은 현재의 1억 131만 372주로 늘어났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합병과 분할을 통해 쌓인 자사주가 누적된 것은 경영권 안정에는 유리하지만 주주 가치 측면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9년간 소각이 없었다는 점은 '주가 안정' 명분보다 '지배력 유지' 의도가 강하다는 인식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회장은 전환사채로 지분 늘려…시세보다 저렴하게 주식 취득

장세일 영흥 회장은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활용해 보유 지분을 늘려왔다.

2020년 12월 14일 장 회장은 영흥이 발행한 전환사채권을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로 사들이고 이를 보통주로 전환해 209만 6774주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약 19억 5000만 원이 투입됐다.

장 회장이 전환사채 권리를 행사한 12월 14일 영흥의 종가는 1235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전환사채는 발행 이후 주가 하락에 따라 1주당 가격이 1172원에서 930원으로 조정된 상태였다.

즉, 장 회장은 전환사채를 활용해 장내 매수 방법보다 주당 약 300원 저렴한 가격에 보유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강화한 셈이다.

장 회장은 2021년 6월에도 전환사채권에 대한 콜옵션 권리를 행사해 66만 6129주를 더 확보했다. 이때 영흥의 주식은 1주당 1250원으로 역시 주당 300원가량의 이득을 봤다.

이처럼 최대 주주가 전환사채를 활용해 지분을 늘리는 행위는 2021년 12월 금융감독원이 전환사채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사실상 금지됐다. 이후 장 회장이 같은 방법으로 지분을 늘린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재 영흥의 최대 주주는 장세일 회장으로 17.24%를 보유하고 있다. 장 회장의 특수관계인 및 관계회사를 포함한 지분율은 25.21%다.

강 회계사는 "전환사채를 통한 지분 확대 이력까지 고려하면 자본 정책 전반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자사주는 보유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과 소각의 대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흥은 와이어로프, 와이어 등을 판매하는 철강 전문 업체다. 연결 매출액의 약 60%가 자회사인 대호특수강에서 나온다.
대호특수강(021040)은 볼트, 너트 등 철강 부품의 소재인 냉간압조용선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영흥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 감소한 약 4803억 원, 영업이익은 162.9% 증가한 약 31억 원을 기록했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