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다. 사실상 연내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내년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1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들의 '이자비용 절감' 기대감도 사실상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유동성 장세가 사실상 끝이 보이는 상황에서 코스피 4000선도 무너지는 등 시장 분위기다 심상치 않다.
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2.4% 선에서 움직였으나 이달 2.7% 선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8% 선에서 3.0%대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박문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는 10월 금통위 이후 동결이 전망된다"이며 "내년에도 기준금리는 1회 인하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다음이자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 4월이 될 것"이라며 "4월 인하 이후에는 장기간 동결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답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국고채 10년물은 장 중 한때 3.15%를 웃돌기도 했다"면서 이번 시장 금리 급등의 원인으로 △ 한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무산 우려 △ 미국 연준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12월 인하에 대한 경계성 발언 △ 시장금리 누적 상승에 따른 손절 매도 물량 등을 지목했다.
그는 "특히 손절 물량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 개시(3.50% →3.25%) 당시에 비해 지표금리가 더욱 높게 뛴 데 따른 부담감의 표출로 본다"면서 "그간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총 100bp나 기준금리가 낮아졌음에도 오히려 시장금리(채권금리)는 당시 수준까지 다시 높아진 데 따른 충격이 거래 동향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펀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면서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을 예고하듯 채권 대차거래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채권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통상 채권 대차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채권가격 손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기관 거래가 늘었다는 뜻이다. 고평가된 현물을 미리 빌려서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국채선물을 매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채권 대차 잔액은 지난 9월 1일 134조9214억원이었으나 지난 10월 1일 141조76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4일 기준 144조9803억원을 기리키고 있다. 약 한달여 만에 4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편 뛰는 금리에 공모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조기 폐장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달 수요예측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농협금융지주, 종근당, KT, SK온, 신세게디에프, KCC글라스, HDC, 흥국생명 등 8곳에 그쳤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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