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한국은 음주운전 강력처벌 안 되나요?”..日모녀 가족이 던진 질문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5 13:55

수정 2025.11.05 13:55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 중 어머니가 숨진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의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볼라드가 충격으로 휘어져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일본인 모녀를 들이받아 50대 어머니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2025.11.3/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모녀 중 어머니가 숨진 가운데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사거리의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세워진 볼라드가 충격으로 휘어져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음주운전을 하다가 일본인 모녀를 들이받아 50대 어머니를 숨지게 한 30대 남성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2025.11.3/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음주운전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건가요?”

딸과 함께 ‘효도 관광’을 왔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일본인 여성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질문이다.

일본인 관광객 모녀는 지난 2일 오후 10시께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인근 인도에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50대 어머니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30대 딸은 이마와 무릎, 늑골 등을 다쳐 치료받고 있다.

모녀를 친 30대 남성 A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그는 운전대를 잡기 전 인근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며 이와 관련한 모든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최대 징역 20년 판결 사례도…피해자 가족 추정 누리꾼의 의문

사건 다음날인 3일, 한 누리꾼은 스레드에 “어제 한국에서 신호를 무시한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누나는 중상”이라며 글을 올렸다. 사망한 여성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 인물은 “지금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어 여러 가지 알아보고 있는데,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가해자인 운전자는 가벼운 처벌 정도밖에 받지 않는 것 같고, 손해배상도 못 받는다는 얘기를 봤는데 한국은 일본과 달리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거냐”고 물었다. 일본은 단순 음주운전으로도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약 87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으로 치상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피해자 사망 시 최대 3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주목할 부분은 법정 최고형의 범위가 아니라 실제 판결이다. 지난 2006년 후쿠오카 우미노나카미치대교에서 만취한 20대 공무원이 일가족이 탄 SUV 차량을 들이받아 추락하면서 5명의 가족 중 3명의 자녀가 물에 빠져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가해자는 징역 20년형을 받았다.

이 사고를 보도한 TV아사히는 “한국에서는 음주운전이 다발하고 있으며 수치는 일본의 6배다. 작년까지 5년간 음주운전 사고가 7만건 이상 일어났고 사망자도 1000여명에 달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며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인구는 절반 정도이나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는 6배를 넘어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 /사진=스레드 갈무리
피해자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 /사진=스레드 갈무리

“어머니, 드라마 촬영지 ‘낙산공원’ 가고 싶어 했는데”

피해자 모녀는 일본 오사카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으며, 이날 입국 후 동대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쇼핑을 마친 뒤 낙산 성곽길을 보러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특히 이번 한국 여행은 평소 한국을 자주 찾던 30대 딸이 '효도관광' 목적으로 준비한 여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신을 가족이라 밝힌 누리꾼은 “사고를 당한 어머니는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라는 드라마 촬영지가 된 낙산공원에 가고 싶다고 예전부터 말씀하셨던 것 같다”며 “낙산공원 근처 교차로 사진을 메신저 앱 ‘라인’의 배경으로 할 정도로 좋아하고, 또 가고 싶어 하셨다”고 전했다.

‘아이 러브 유’는 한국 배우 채종협이 출연한 일본 민영방송국 TBS의 오리지널 기획 드라마로,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러브 스토리를 다뤄 큰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그는 “공원으로 가는 도중에, 바로 앞 교차로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어머니가) 그 장소에 도착하지 못했다.
나중에 꼭 데려가 주겠다”며 마지막으로 “음주운전은 정말로 가볍게 용서받아서는 안 될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사망한 일본인 어머니의 시신은 4일 가족에 인도됐으며, 피해자 가족은 오늘(5일) 한국에 입국해 피의자 변호사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해자 측에서는 일본으로 시신을 운구하는 비용(약 1500만원)과 장례 비용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