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사실관계 치밀히 검증…뒤집힐 가능성 낮다”
“인격권·신뢰회복 불가 논리로 접근해야” 의견도
“인격권·신뢰회복 불가 논리로 접근해야” 의견도
[파이낸셜뉴스]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를 예고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1심이 사실관계를 촘촘히 따진 만큼,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나 법리적 쟁점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결과가 뒤집히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어도어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뉴진스가 주장한 민희진 전 대표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 ‘아일릿’ 컨셉 도용 방치, 소속사 내 차별·홀대 등 10가지 사항이 계약 해지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양측 간 신뢰관계가 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뉴진스 측 주장 대부분을 증거에 기반해 하나씩 반박했다. ‘민 전 대표 해임으로 매니지먼트 공백이 생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계약상 민 전 대표가 반드시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민 전 대표가 해임 이후 어도어의 프로듀싱 제안을 거절한 점도 강조했다. 또 민 전 대표 해임 과정의 사내 감사가 적법했고, 감사 중 확보된 메시지 내용의 증거능력도 모두 인정됐다. 이를 통해 재판부는 “민 전 대표가 뉴진스 멤버들을 데리고 어도어를 독립시킬 목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일릿’ 컨셉 도용 주장에 대해서도 “민 전 대표 재임 당시 일어난 일”이라며 어도어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뉴진스 멤버 팜 하니가 아일릿 매니저에게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 역시, CCTV 영상상 하니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확인됐다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1심 판결이 세밀한 증거 검토를 거쳐 내려진 만큼, 항소심에서도 결론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1심과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한 1심 판결을 존중하기에 결론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며 “하이브 측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뒤집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이 항소심에서 뒤집힌 사례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2019년 서울고법 민사합의17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연예인 A씨가 소속사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정산 지연과 일방적 광고 일정 통보는 명백한 계약위반”이라며 1심을 뒤집고 전속계약 효력을 부정했다. 2023년 가수 B씨의 항소심 사건에서도 소속사가 경연 프로그램 출연을 막은 사실이 입증돼 계약이 무효로 판단됐다. 다만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노 변호사는 “서로 귀책사유를 약간 주고받는 경우”라며 “반면 이 사건에서는 어도어 측의 귀책사유가 하나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선 1심처럼 계약의무 위반을 다투기보다 ‘신뢰관계 파탄으로 인한 활동 불가능성’ 등 인격권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귀책 사유가 뉴진스 측에 있다고 해도, 뉴진스 멤버들이 연예계 활동을 하고 어도어 측과 소통해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인격권 침해일 수 있다는 법리적 주장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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