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태풍 갈매기 강타한 필리핀서 사망자 최소 66명으로 늘어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5 15:47

수정 2025.11.05 15:50

추락한 구조 헬기서 시신 6구 수습
부패로 홍수 방지 사업 부실 지적
5일 필리핀 세부 탈리사이 마낭가강 인근 가옥들이 제25호 태풍 '갈매기'로 파손돼 잔해만 남아 있다.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갈매기로 최소 66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AP뉴시스
5일 필리핀 세부 탈리사이 마낭가강 인근 가옥들이 제25호 태풍 '갈매기'로 파손돼 잔해만 남아 있다. 필리핀 중부를 강타한 갈매기로 최소 66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갈매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66명으로 늘었다.

5일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필리핀 중부에서 태풍 갈매기가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이날까지 6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민방위 당국은 "가장 피해가 큰 세부주에서 거센 홍수가 마을과 도시를 휩쓴 가운데 49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수많은 주민이 집과 건물 지붕 등에 고립된 채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영상에는 도시와 차량, 도로가 물에 잠기고 차량이 물살에 휩쓸려 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또 전날 태풍 구조·구호 작업을 돕기 위해 이동하다가 남부 민다나오섬 아구산델수르주에 추락한 필리핀 공군 소속 슈퍼휴이 헬리콥터에서는 조종사 2명과 승무원 4명 등 6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필리핀군은 구조·구호 지원을 위해 4대의 헬기를 배치했으나 이 중 1대를 잃었다고 전했다.

기상 당국이 "저지대나 해안 지역에서 최대 파고 3m 이상의 폭풍해일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수많은 섬 사이의 페리 등 선박 운항이 중단돼 100개 가까운 항구에 수천명의 승객들과 화물트럭 운전사들의 발이 묶였다.

갈매기는 이날 오전 지속 풍속 시속 12km, 최대 풍속 시속 165km의 강풍을 동반한 채 필리핀 서부 팔라완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풍은 이날 밤 남중국해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 정부는 '갈매기가 남중국해를 지나 오는 6일 밤 베트남 중부 지방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하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 샤마뉴 바릴라는 AFP에 "필리핀이 통상 매년 약 20개의 태풍·폭풍 피해를 입지만, 올해는 이미 갈매기로 20번째 태풍을 맞았다"면서 "연말까지 최소 3∼5개의 태풍·폭풍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해 대기 중 수분 함량이 높아진 결과 태풍이 더욱 잦아지고 강력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최근 취임한 파멜라 바리콰트로 세부주 주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부에 홍수 방지 사업 기금이 지원됐지만, 현재 최대 수준으로 홍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실한 홍수 방지 사업으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반드시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태풍 등으로 홍수 피해가 잦은 필리핀은 지난 3년 동안 9800건이 넘는 홍수 예방 사업에 약 5450억페소(약 13조2000억원)를 투입했지만, 관련 사업 부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약 1조∼2조원대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
이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독립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비리 조사·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