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10시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
[파이낸셜뉴스] 오늘(5일) 밤 10시,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냄새를 잃은 코와 뇌, 후각 상실의 경고’ 편을 방송한다.
5일 KBS에 따르면 이날 방송에서는 후각장애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보며 후각이 보내는 우리 몸의 경고를 따라간다.
후각장애는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의 조기 신호이며 화재나 가스 누출 같은 위험을 감지할 수 없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고통, 후각장애
15년째 그토록 좋아하던 라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정지선(64) 씨. 평소 감기를 심하게 앓곤 했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후각을 잃었다.
10년 넘게 부비동염을 앓아온 정미현(43) 씨. 상한 음식을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후각이 떨어져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받게 됐다. 고름과 물혹을 제거해 막힌 콧속 통로를 여는 수술. 냄새가 통하는 길이 열리며 후각장애도 회복될 수 있다.
후각장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콧속 통로가 막혀 생기는 '전도성 후각장애'와 후각 신경이 손상되는 '감각신경성 후각장애'다. 최근엔 고령화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12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김성환(70) 씨. 발걸음이 느려지고 떨림이 나타나기 2~3년 전, 이미 다른 신호가 있었다. 바로 후각 저하였다. 미국의 신경과 의사였던 대니얼 깁스 박사(74) 역시 산책 중 갑자기 장미 향기를 맡지 못하며 이상을 느꼈다. 단순한 노화로 여겼지만 몇 년 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신경과 의사인 그조차 처음부터 후각장애와 알츠하이머병을 연결하지 못했던 것이다.
후각장애가 무조건 뇌질환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경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뇌질환 환자들에게 후각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걸까?
한순간에 사라진 후각, 그리고 기억⦁감정
3년 전,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후각을 잃은 사진작가 박채원(27) 씨. 정밀 검사 결과, 후각망울 위축과 대뇌 후각 영역 손상이 확인됐고 무후각 판정을 받았다. 사라져가는 냄새의 기억을 사진에 담는 그는 냄새와 함께 사라진 기억과 감정이 가장 그립다고 말한다. 후각은 기억·정서와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을까. 50~60대 11명의 사람을 모아 어린 시절 풍경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는 ‘향기 실험’을 진행했다. 향을 맡기 전과 후의 반응을 비교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강연가 우은빈(37) 씨는 1년 전 사고로 좌뇌의 95%가 손상됐다. 여러 번의 대수술과 재활 훈련, 언어 치료를 견딘 덕분에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후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특히 실제 냄새가 왜곡돼 느껴지는 ‘착후각’ 탓에 좋아하던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게 됐다. 체중이 10kg 이상 빠지고 골다공증까지 악화됐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남기현(36) 씨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후각을 잃었다가 어렵게 회복했다.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그에게 치명적이었던 후각장애. 그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회복 후에도 매일 후각 훈련을 이어간다. 전 세계가 후각에 주목하게 한 코로나19 팬데믹.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감염 2년 후에도 후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는 왜 후각 문제를 일으키는 걸까.
고령화와 함께 후각장애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후각장애를 겪고 있는 최영택(76), 이상연(71) 부부. 아내는 후각 손상이 심해 냄새를 못 맡게 됐지만, 남편은 생물학적 제제 치료로 조금씩 후각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냄새를 잘 맡지 못하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제작진은 "위험을 알리고 건강을 지키는 우리 몸의 신호, 후각. 더 늦기 전에 후각이 보내는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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