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뉴스1) 윤원진 기자 = "출하도 못 하게 해 손해가 막심하다.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5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정리의 한 주민은 화학물질 누출로 멜론 출하 시기를 놓쳤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마을 인근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비닐아세테이트모너머(VAM)가 지난달 21일 500리터, 26일 400리터가 연이어 누출됐다.
VAM은 페인트, 접착제, 코팅제, 섬유, 포장재 등 다양한 제품 생산의 핵심 원료다.
누출 당시 VAM은 거품 형태로 보관탱크 주위로 솟구쳐 올랐고, 함께 발생한 증기가 주변 마을과 농경지로 퍼졌다.
사고 발생 초기에는 휘발성 냄새가 강하게 났다가, 증기가 지면으로 가라앉으며 농작물 이파리 등이 누렇게 변했다.
음성군에 따르면 4일 기준 대소면 미곡리, 삼정리, 삼호리, 수태리 등 201 농가 63.8㏊ 면적에서 농작물 피해가 닜다. 주요 품목은 벼, 무, 배추, 시설채소 등이다.
음성군은 사고 지역 내 농작물에 대해 유해성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섭취와 출하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곡리에 사는 한 주민은 "시골에선 밭에서 기르는 무와 쪽파, 배추 등이 반찬인데 섭취를 금지하니 먹을 게 없다"며 "보급품 지원도 없이 전수조사도 10일부터 한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런 일은 흔치 않아서 농민들이 보상받으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을 밝혀서 책임을 명시해야 보상 주체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농작물 피해 외에는 특별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물도 말라 죽는 가스에 노출됐는데, 장기적으로 사람에게도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음성군 보건소는 이날부터 대소면 주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건강검진을 시작했다. 3일 기준 인근 공장 직원과 주민 등 91명이 구토와 현기증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다. 2명은 입원 치료 중이다.
삼정리의 다른 주민은 "지난달 누출 사고 이전에도 해당 업체 근처에서 가스 냄새가 났다"며 "이번 기회에 평소에도 가스 누출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류제영 삼정5리 이장은 "이번 사고는 대소면의 문제가 아니라 음성군 전체 농작물 브랜드의 문제"라면서 "조속한 시일에 사고 수습과 보상이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과 충주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원은 농작물에 묻은 물질의 시료를 채취해 위해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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