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중국 당국이 4년마다 열리는 종합 체육대회인 전국운동회를 앞두고 악성 팬덤 단속 강화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인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하 판공실)은 전날 '칭랑(淸朗·맑고 깨끗함을 의미): 온라인 환경 정화' 캠페인에 나선다고 밝혔다.
CAC는 오는 9일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개막하는 제15회 전국운동회와 관련한 선수들과 코치진, 심판 등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신상 털기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CAC는 또 이번 단속은 팬이 주도하는 비방이나 다툼 등도 겨냥하고 있다면서 이런 악성 팬덤은 전국운동회 준비와 원활한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부터 운동선수에 대한 극성 팬 문화가 두드러졌다.
당시 중국 탁구팀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자 팬들이 공항에 몰려 선수단을 환영했고, 이후 여자배구와 다이빙, 수영 등 종목에서도 팬층이 두껍게 형성됐다.
중국 당국은 스포츠 스타를 따라다니거나 괴롭히는 악성 팬덤을 수년간 단속해왔지만, 2024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부터 다시 불미스러운 사건이 급증했다.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천멍이 쑨잉사를 누르고 우승하자 쑨잉사 팬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천멍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트리는 등 문제가 불거졌고 천멍을 비방한 네티즌을 구속하는 등 당국이 단속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과도한 팬덤 자제를 공식 요청했으며 이후 파리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왕추친과 쑨잉사, 남자 자유형 100m 1위 판잔러 등 주요 스포츠 스타의 공식 팬클럽이 해체되고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일부 팬 커뮤니티도 폐쇄된 바 있다.
중국의 악성 팬덤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올림픽 탁구 3관왕 판전둥은 신분증과 여행 예약 정보가 유출돼 소셜미디어에서 퍼졌으며 한 팬은 그가 묵은 호텔에 동의 없이 복사 키로 침입하기도 했다.
판전둥은 "그 사건은 몸서리치게 했다. 선수가 이런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라며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하는 이런 행동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지치게 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다이빙 선수 천위시도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 지속적으로 온라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위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셜미디어 계정을 없애고 훈련에 집중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이번 캠페인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경기장에는 가까이, 그러나 선수들 사생활에서는 멀리"라는 문구가 널리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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