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수익성 악화’ 면세업계, 사업 체질개선 나섰다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5 18:11

수정 2025.11.05 18:10

단체관광객 등 ‘큰손’ 의존 탈피
럭셔리 상품 강화 등 단가 제고
쇼핑→ 체험으로 소비 흐름 변화
경험형 콘텐츠 확장해 활로 모색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신세계면세점 옆에 체험형 콘텐츠인 '샤넬 홀리데이 메가 포디움' 팝업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신세계면세점 옆에 체험형 콘텐츠인 '샤넬 홀리데이 메가 포디움' 팝업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구조적 불황을 맞은 국내 면세업계가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으로 사업권을 반납한 신세계·신라면세점을 중심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면세업체들은 '몸집 불리기'에 힘쓰던 사업 기조를 버리고,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3·4분기 신라면세점은 효율경영을 통해 전년 대비 적자폭을 줄였고, 현대면세점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인천국제공항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 사업권을 끝내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 9월 호텔신라가 DF1(화장품·향수·주류·담배 권역) 철수를 결정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기존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과 단체관광객(유커) 등 '큰손'에 기대 고단가 매출을 올렸지만, 최근 몇 년새 중국인들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며 구조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세계면세점은 손익개선 흐름을 바탕으로 내년 4월까지 DF2 운영을 이어가되, 이후에는 명동점 및 DF4(패션·잡화) 구역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산업은 손익 중심의 구조로 움직이는 만큼 수익성 중심의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신세계만의 강점인 럭셔리 중심의 고객단가 제고로 체질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의 수익성 악화에는 환율과 경기 외에도 인바운드 관광객(외국인 국내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되며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고, 여행의 중심이 '쇼핑'에서 '체험'으로 이동하면서 외국인 소비의 무게 중심도 달라졌다. 과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이끌던 '쇼핑 관광' 수요가 감소하고, 소규모 개별여행객이 K패션·K뷰티·식문화 등 경험형 콘텐츠에 지갑을 여는 흐름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사업 효율화와 '경험형 콘텐츠' 확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는 체험형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위스키 시음회 및 뷰티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를 확대하는 한편, 카카오톡 학생증 멤버십 제휴를 통해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변화된 관광 트렌드 및 고객 니즈에 맞춰 타깃별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국내 면세산업의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과거 중국인 단체 관광객 중심의 '고단가 쇼핑 관광'은 일종의 비정상적 소비 구조였다"며 "이제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별 관광객 중심의 체험·문화 소비가 늘어나면서, 다른 나라들과 유사한 모습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