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도광양회로 국력 키워
미국 대체할 50년 대전략 실천
대외팽창 속 세력권 인정 요구
상대방 압박하며 자국이익 관철
韓中갈등 요인과 도전도 수면 위로
원칙과 당당함으로 정면돌파해야
미국 대체할 50년 대전략 실천
대외팽창 속 세력권 인정 요구
상대방 압박하며 자국이익 관철
韓中갈등 요인과 도전도 수면 위로
원칙과 당당함으로 정면돌파해야
1978년 말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했던 중국 최고 지도자들. 이들은 30년 동안 미국민의 호감과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미국의 기술과 시장, 시장경제 노하우를 받아들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도광양회라는 말로 후계자들에게 당부했다. "100년 동안은 힘을 길러라. 날카로운 칼날과 힘을 숨겨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도왔다. 2000년 1조2000억달러로 미국의 10%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미국의 65%, 2022년에는 78%에 육박했다.
친근감 넘치던 중국 지도자들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2013년 6월 캘리포니아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광활한 태평양은 중미 두 대국을 수용할 만큼 넓다"고 말했다. 신형 대국 관계를 꺼내며 중국의 세력권 인정을 요구한 것이었다. 2010년 GDP에서도 일본을 제친 중국은 아시아 패권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의 변신'에 오바마는 2020년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억제의 타이밍을 놓쳤다"고 고백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오려면 수십년은 걸릴 것으로 확신했다"고 반성했다.
중국은 계획이 있었다. 원대하고 체계적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국장을 지낸 러시 도시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를 '미국을 대체하려는 중국의 대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계획을 분석한 저서 '롱 게임'(2021)을 펴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아시아 지역 패권 기반을 구축해 오더니 2017년부터는 국력 팽창의 '확장' 시기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주도의 '신시대'를 선언하며 상대를 힘으로 압박하는 '돌돌핍인' 정책까지 구사했다.
지난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세계는 '미국에 의한 평화의 시대' '팍스아메리카나'가 끝나고 미중 양극 시대가 다가왔음을 목도했다. 미국은 4월 이후 중국과 5차례에 걸쳐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중국은 꿈쩍도 않았다. 오히려 희토류와 대두 수입중단 등의 카드로 트럼프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지난달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일방적 패배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의 공세에 대만·남중국해 대응 등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후퇴·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도 "중국이 '초강대국' 위상을 확립하고, 글로벌 경제강국의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035년까지 10개년 계획을 마련한 중국은 정보화에 이어 인공지능을 앞세운 지능화 혁신에 거국적인 힘을 모으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달 23일 20기 4중 전회에서도 첨단과학기술 독립에 패권경쟁의 승부수를 걸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1일 경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핵심 이익을 배려하고,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발언은 미국의 대중 압박에 우리 동참 가능성을 견제한 것으로 읽힌다. 서해 구조물, 북한 핵 문제에 한중은 입장을 못 좁혔다. 격화된 미중 경쟁 속에서 한중 갈등 여지도 커졌다. 경제구조는 경쟁구도로 바뀌었고,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갈등의 관리는 발등의 불이 됐다. 완력 사용도 꺼리지 않게 된 이웃의 공세와 도발을 어떻게 억제하고 대응해야 할까. 제2의 사드 보복과 한한령 등이 아른거린다.
갈등은 못 본 척, 유화적 태도로 일관해 오던 우리 외교국방당국의 문제회피 태도는 더 이상 상황 관리조차 어렵게 한다. 서해 건너 밀려오는 갈등요인과 도전들을 관리해야 하는 터널 속에 들어서고 있는 탓이다. 골리앗을 상대하는 다윗의 지혜와 용기, 당당함이 아쉽고 절실하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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