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올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최근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협박·감금·폭행으로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보이스피싱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보이스피싱 범부처 대책'의 일환으로 은행이 ATM 출금 절차를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금융불편 사례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커질수록 같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수법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수준까지 지능화되자 이번에는 은행권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물리는 입법을 정부가 올해 내로 추진 중이다.
이를테면 은행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경고하면 보상을 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데, 결국 고객 돈을 보관하는 은행·금융사가 보이스피싱을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론'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제서야 24시간·365일 가동되는 정부 합동대응단을 구축한 정부는 책임이 없는지 묻고 싶다. 또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내놓기 전에 금융사별로 FDS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예산·인력적 한계는 없는지, 지원책은 없는지 함께 파악하고 논의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시중은행을 제외한 수익이 줄고 연체율이 급등 중인 지방은행과 카드사는 정보보호 예산조차 해마다 들쭉날쭉이다. 인력은 시중은행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타깃은 10대 청소년도 가리지 않는데, 이들에 대한 대응책은 고민한 흔적도 없다. 정부 대책은 빠르게 내놓는 것보다 촘촘하고 정교해야 한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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