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TPD 신약' 뭐길래…674억 유치 유빅스테라퓨틱스, 상장예심 청구

뉴스1

입력 2025.11.06 06:40

수정 2025.11.06 07:12

유빅스테라퓨틱스 연구원이 물질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유빅스테라퓨틱스 제공)/뉴스1
유빅스테라퓨틱스 연구원이 물질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유빅스테라퓨틱스 제공)/뉴스1


유빅스테라퓨틱스가 구축한 TPD 플랫폼 '디그래듀서' 모식도.(유빅스테라퓨틱스 제공)/뉴스1
유빅스테라퓨틱스가 구축한 TPD 플랫폼 '디그래듀서' 모식도.(유빅스테라퓨틱스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차세대 치료접근법(모달리티)으로 꼽히는 '표적단백질분해제'(TPD) 신약을 개발 중인 유빅스테라퓨틱스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바이오벤처 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음에도 600억 원대 투자금을 유치한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신약 후보물질 'UBX-303-1' 임상시험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프리IPO 단계까지 누적 630억 유치…기술성평가로 가치 입증

6일 업계에 따르면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최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앞서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이크레더블과 한국평가데이터 등 두 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획득하면서 핵심 기술력의 우수성과 시장성을 입증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금리 인상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자금 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6월 이후 사전 기업공개(프리IPO) 단계의 바이오벤처 기업 158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기업가치는 이전 대비 평균 50.16% 감소했다.

혹독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상장 전 단계까지 누적 674억 원 규모 투자금을 확보했다.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TPD 기술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기술성평가에서 받은 A·A 등급은 시장 신뢰를 공인된 기관을 통해 재확인한 결과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기술적 가치를 보고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두 기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A를 받는 것은 기술의 완성도, 시장성, 인력 구성 등 다방면에 걸쳐 기준을 충족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빅스테라퓨틱스의 코스닥 입성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새 모달리티 TPD…독자 플랫폼 디그래듀서 구축

서보광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유빅스테라퓨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독자적으로 구축한 TPD 플랫폼 기술 디그래듀서에서 나온다. TPD는 기존의 '저해제' 방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차세대 신약 개발 방식이다.

기존의 항암제나 치료제 대부분은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저해제 방식으로 작동했다. 단백질 자체가 아닌 기능만을 막는 기전으로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질병이 재발하거나 장기 투여 시 내성이 생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전체 단백질 중 약 20%만이 이러한 저해제가 결합할 수 있는 명확한 활성 부위를 가지고 있어 나머지 80%의 단백질은 치료가 불가능한 표적으로 남아있었다.

TPD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모달리티다. 저해제처럼 단백질의 기능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 자체적인 단백질분해시스템(UPS)을 활용해 질병 원인 단백질을 분해·제거하는 기전을 보인다.

유빅스테라퓨틱스의 디그래듀서 플랫폼은 이러한 TPD 약물을 효율적으로 발굴하고 설계하는 핵심 기술이다. 표적 단백질 결합 부분과 E3 리가아제 결합 부분, 이 둘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 화합물을 통해 원치 않는 단백질에 표시를 붙여 세포가 스스로 이를 분해·제거하게 만든다.

TPD 신약이 상용화되면 저해제 방식으로는 공략이 불가능했던 난치성 암이나 퇴행성 뇌 질환의 원인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그래듀서 플랫폼을 통해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거나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을 위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 'UBX-303-1'…글로벌 임상 순항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할 공모 자금을 핵심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연구에 집중 투입해 개발에 나선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UBX-303-1이다.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림프종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B세포 림프종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1차 표준치료에도 병이 재발하거나 처음부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아 미충족의료수요가 높은 질환이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UBX-303-1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 1a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1a상은 주로 소수의 환자 또는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 적정용량 등을 탐색하는 초기 단계다.
개발 초기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임상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유빅스테라퓨틱스는 이번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을 확보할 시 UBX-303-1의 임상 1a상을 안정적으로 완료하고, 약효를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후속 임상인 1b 또는 2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빅스테라퓨틱스가 바이오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63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은 것은 TPD 플랫폼과 신약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스닥 상장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할 시 진행 중인 임상연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