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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팔아 부동산 샀다"…상위 1% 암표상들 고강도 세무조사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6 12:00

수정 2025.11.06 13:33

PC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자료사진.뉴스1
PC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티켓을 예매하고 있다.자료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 "암표로 000에서만 한 달간 1500만원 벌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줄 알아야 한다. 난 이제 결혼 준비하러 간다."
국세청이 공연·스포츠 입장권을 되팔아 수억 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전문 암표상 17명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거래 상위 1%를 훨씬 웃도는 이들은 매크로와 대리티켓팅(‘댈티’) 등 불법 수법으로 수만 건의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세청은 "티켓 암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챙기고 세금을 탈루한 17개 업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티켓 거래 상위 1%를 훨씬 웃도는 거래량을 기록한 전문 암표상들이다. 사립학교 교사, 공공기관 근무자부터 조직적 시스템을 갖춘 기업형 업자까지 총 17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만 건의 거래를 통해 최소 200억원 이상의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암표업자들의 주요 수법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재판매 △대리 티켓팅('댈티')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직접 예약링크(‘직링’) 거래 등이다.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국세청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국세청 제공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조사에 따르면 일부 업자는 수년간 4만건 이상 입장권을 확보해 정가의 30배에 되파는 등 폭리를 취했다. 또 대금을 개인 계좌로 받거나 게시글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은닉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리 티켓팅 전문업자들은 수천만원대 외제차를 타며 세액감면 혜택까지 챙긴 사례도 포착됐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판매하거나, 대기열을 우회할 수 있는 '직링' 주소를 판매해 현금을 챙긴 뒤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금융추적과 FIU(금융정보분석원) 정보를 활용해 암표 판매자들의 현금거래, 은닉재산, 차명계좌 등을 면밀히 검증할 방침이다.

최근 공연·스포츠 경기 등에서 티켓 가격이 정가의 수십 배까지 치솟는 등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요 티켓 거래 플랫폼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약 400명이 전체 거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1인당 연간 거래금액은 평균 6700만원에 달한다.

특히 일부 공연의 경우 20만원짜리 티켓이 200만원 이상으로 거래되는 등 문화 소비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는 암표업자들의 수익 내역과 자금흐름 및 은닉재산 유무 등을 신속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에 해를 끼치는 악의적 영업행태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