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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수라장'된 광주..15분 만에 발 돌린 장동혁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6 14:41

수정 2025.11.06 18:51

장동혁 6일 5·18 민주묘지 방문했지만
시위대 격한 저지에 15분 만에 발 돌려
헌화·분향, 방명록 작성 못하고 묵념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 5.18 민주묘지 추모탑 앞에 섰다. 사진=이해람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 5.18 민주묘지 추모탑 앞에 섰다. 사진=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광주=이해람 기자】'아수라장(阿修羅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약 15분가량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 땅을 밟는 동안 이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과거 '계엄 옹호' 발언을 문제 삼으며 장 대표를 규탄하는 3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들면서다. 장 대표는 정문인 '민주의 문'부터 묘지 직전에 있는 추모탑까지 이동했지만 시위대의 격한 저지에 약 15분만에 발을 돌렸다. 방명록에도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였다.

6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는 장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인산인해였다.

이들은 "장동혁은 물러나라"를 연호하며 민주의문 앞을 막아섰다. '5·18 정신 훼손하는 극우선동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 '오월영령 능욕하는 내란공범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하차하자 마자 시위대에 둘러 쌓였다. 사진=이해람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립 5.18민주묘지 앞에서 하차하자 마자 시위대에 둘러 쌓였다. 사진=이해람 기자
장 대표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위대는 더욱 분주해졌다. 장 대표가 탑승해 있는 버스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장 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양향자 최고위원 등은 버스에서 하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20m남짓한 민주의문까지 들어서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소요됐다. 시위대는 "내란정당 해산하라", "내란을 선동한 자가 어떻게 이곳에 온다는 것인가" 등 구호를 외치며 육탄 방어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18 민주묘지 참배에 나서지 못하게 현수막으로 가로막고 있다. 사진=이해람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18 민주묘지 참배에 나서지 못하게 현수막으로 가로막고 있다. 사진=이해람 기자
장 대표는 약 3분만에 민주의문을 통과한 뒤 100m가량 떨어진 추모탑을 향해 거닐었지만 시위대가 2중, 3중으로 저지에 나섰다. '극우선동 내란동조 장동혁의 거짓참배쇼 거부한다'는 거대한 현수막을 든 두 남성이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사람 목숨이 걸려있다"며 길을 비킬 것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호인력이 이들을 이동시켰지만, 시위대와 경호인력의 물리적 충돌은 물론 장 대표 지지자들과의 언쟁과 충돌까지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화환과 명패를 철거했다. 사진=이해람 기자
시민들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화환과 명패를 철거했다. 사진=이해람 기자

추모탑 앞에 설치된 장 대표의 화환과 명패 역시 순식간에 철거되는 장면도 포착됐다. 장 대표가 근처까지 다가서자 시위대가 눈 깜짝할 새 무너뜨린 것이다. 철거된 직후 조화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바람에 흩날렸다.

이들은 장 대표가 추모탑 앞에 섰지만 참배를 올리지 못하도록 주변을 에워쌌다. 시위대의 육탄 저지에 장 대표는 결국 20초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묵념을 마친 뒤 돌아섰다. 묘지에 올라서는 계단에는 발을 올리지도 못했다. 시위대는 "꼴 좋다", "죽어도 오지마라"라며 승전보를 올리는 듯 만족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위대와 경찰, 취재진 등이 뒤엉켜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사진=이해람 기자
시위대와 경찰, 취재진 등이 뒤엉켜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사진=이해람 기자
장 대표가 버스에서 하차하고 5·18민주묘지에 머물렀던 시간은 약 15분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5월 이곳에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묘역을 찾아 5·18 열사들을 추모했지만, 장 대표는 묘역 근처에 들어서는 것에도 실패했다.

장 대표는 이번 광주 일정을 시작으로 '호남과의 동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국민 통합'이라는 의제를 선점하는 것에 크나큰 장애물에 부딪친 셈이다.
외연 확장을 통해 호남 민심까지 사로잡기 위해서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