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가 4200선을 넘어서며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곧바로 급격한 되돌림을 맞았다. 외국인 매도 물량이 연일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지난 5일까지 이틀간 5% 넘게 하락했고, 코스닥 역시 낙폭을 확대하며 양대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단기 조정폭이 컸던 만큼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과열 해소 과정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상승 흐름의 방향성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2.03포인트(0.55%) 상승한 4026.45로 마감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하락을 '속도 조절'로 평가한다. 풍부한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고,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핵심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조정은 차익 실현이 한꺼번에 나온 영향이 크다”며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줄지 않았고 반도체 업황도 아직 피크아웃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중기적인 상승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올해 들어 3~4% 수준의 단기 조정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며 “인공지능(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 논의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미국 장기금리가 요동치지 않는 이상 이를 추세적 하락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기업 실적 전망이 점진적으로 상향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최근 290조원대까지 확대됐다. 이는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시킨다는 분석이다.
다만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는 글로벌 지표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물가와 고용 수치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업종 간 수급 이동, 즉 순환매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기대감도 시장의 추가 하락을 제어할 요인으로 꼽힌다. 12월 초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 방향이 가시화될 전망이며 연말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로드맵 발표가 예정돼 있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3700~3900선에서 지지력을 확인한 뒤 상승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조정과 반등이 교차할 수 있지만 중장기 방향은 여전히 위쪽”이라며 “반도체와 플랫폼 대형주 외에도 연말 배당 매력과 밸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주, 금융주 등이 수급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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