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딱 3주만" 치료는 핑계, 시술이 목적...장기 입원 병실의 비밀[거짓을 청구하다]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8 05:00

수정 2025.11.08 05:00

장기 입원 유도한 요양병원
보험 보장에 맞춰 '치료'로 조작한 진료 기록 제공
136명 환자들 이같은 방식으로 미용 시술받아
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72억원 편취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3주만 입원하시는 거 어떠세요?"

경기도에 위치한 한 숙박형 요양병원은 늘 입원 환자들로 붐볐다.

병원장 A씨와 상담실장 B씨는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했고, 환자들은 홀린 듯 장기 입원을 진행했다.

A씨와 B씨는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환자에게도 입원을 권했다. 이들에게 환자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설계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보험사기 구조 설계해 입원 권유

A씨와 B씨는 철저하게 보험사기 구조를 설계·실행했다.

환자들에게 입원을 유도한 후, 개인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장한도에 맞춰 통증치료 등 진료 기록을 발급해주고 미백, 주름 개선 등 미용 시술을 제공해 주겠다며 현혹했다. 이들은 환자들이 월 단위로 약 500~6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위 치료 계획을 설계했다.
병원은 환자들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다. 기존 피부과 회원권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위 진료기록으로 적립금을 확보한 후 미용 시술을 받을 때마다 차감할 수 있게 해주거나 본인 명의로 보험 처리한 미용시술 이용 서비스를 가족 등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해줬다.

또, 입원치료 보장한도를 모두 소진해 일정 기간 입원치료비가 보장되지 않는 면책기간에 해당되면 환자가 통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병원 직원들도 허위 진료기록과 실제 기록을 헷갈리지 않게 별도로 표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고액의 진료비를 수납하는 장기 입원 환자를 늘리기 위해 병원 개설시 허가된 병상 수를 초과해 운영하기도 했다.
환자 136명, 보험금 72억원 편취

병원에 고용된 의사는 보험사기 설계에 맞춰 미용시술을 받은 환자에게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발급해줬다.

이렇게 허위 진료 기록을 발급받아 보험사를 기망한 환자는 총 136명.

이들이 보험사로부터 편취한 보험금은 60억원에 달한다. 이는 1인당 평균 4400만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10명은 편취금액이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입원비·식사비 등 급여 항목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2억원가량 부정 수급해 공·민영 보험금 총 72억원을 편취했다.
이는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제보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를 통해 환자 136명, 병원 의료진 5명 등 총 141명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관할 경찰서와 협력해 의사, 병원 상담실장, 환자 등 141명 검거에 성공했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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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rd@fnnews.com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