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상품 악용해 대부계약 위장·보험금 청구
차입회사 대표 구속…38명 검거
차입회사 대표 구속…38명 검거
[파이낸셜뉴스]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상품을 악용해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차입회사 대표 A씨(50대)를 구속하고, 함께 범행에 가담한 차입회사 관계자 23명, 대출회사 관계자 10명, 대출 알선 브로커 5명 등 총 38명을 검거했다고 7일 밝혔다. 피해 규모는 약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실제 물품 거래가 없는데도 허위 납품계약서를 작성해 서울보증보험의 '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계약서상 '물품대금'으로 표기된 금액이 사실상 단순 대부거래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차입회사들은 제도권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점을 노려 보험상품을 담보 수단처럼 이용했다. 보험에 가입하면 대출회사는 원금 회수가 보장돼 위험 없이 연 10~12%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고, 차입회사는 별도 담보 없이 자금을 확보했다.
이들이 악용한 이행보증보험은 발주처가 선급금을 지급했는데도 물품을 납품받지 못했을 때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상거래 관계를 전제로 한 제도로, 금전 대차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대부거래를 물품 납품계약처럼 꾸며 보험사가 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하도록 속였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여러 대출회사에서 67차례에 걸쳐 110억원의 대출을 받으며, 그에 상응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이 가운데 45억원을 갚지 못하자 대출회사들이 보험금을 청구해 손실을 메웠다. 경찰은 A씨가 대출회사와 사전에 공모해 허위 계약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공범으로 입건했다.
또 다른 회사 대표 B씨(50대)는 신용도가 낮아 직접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자 제3의 업체 15곳을 끌어들여 대신 허위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대신 계약금의 1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B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5회에 걸쳐 40억원을 빌렸고, 이 중 35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돈을 빌린 사람만의 사기가 아니라, 대출회사와 브로커까지 공모한 구조적 범죄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험금을 수령한 쪽은 대출회사였지만, 처음부터 허위 계약을 함께 꾸민 만큼 모두 공범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증보험은 상거래 신뢰를 보장하는 제도인데, 이를 사적 대출 담보로 악용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신종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류 위주의 심사만으로는 실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거래 실체를 검증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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