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더이상 쿠팡, 컬리 눈치 안본다"..물류배송 '대전쟁의 시대'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9 17:40

수정 2025.11.09 17:40


택배로 가득차 있는 물류센터. 연합뉴스
택배로 가득차 있는 물류센터. 연합뉴스


식품업계 자사몰, 자체 물류체계 구축 현황
구분 업체명
자사몰, 자체 배송 체계 동시 구축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 롯데웰푸드, 아워홈, hy
자사몰 구축 농심, 대상, 오뚜기, 남양유업, 서울우유, 매일유업, 동아오츠카, 롯데칠성음료
자체 물류망 구축 CJ프레시웨이
자사몰, 자체물류망 미구축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동서식품, 삼양식품, 빙그레
(각사 취합 )

[파이낸셜뉴스]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 중심의 온라인 배송 시장에 식품업계가 도전장을 던지며 식품 물류·유통망의 지각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로켓배송'을 운영 중인 쿠팡, '새벽배송' 문을 연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온라인쇼핑의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생산자인 식품사들이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이커머스 독립'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다만, 자사몰·자체 배송망 구축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식품사별로 사업 확대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9일 국가데이터처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약 47조원이다. 전년 대비 15.0% 성장했다.

전체 온라인 시장 규모(259조432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주로 쿠팡의 프리미엄 프레시, 컬리의 샛별배송, 오아시스의 새벽배송 등 신선식품 고품질 배송 서비스가 온라인 식품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구매 비중 증가는 식품업계의 자체 온라인몰·배송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다양한 배송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자체 온라인몰인 'CJ더마켓'의 배송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존에 운영하던 자사몰인 CJ온마트를 개편한 CJ더마켓은 '도착보장'(오네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며 식품사 중 처음으로 익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전날 오후 주문 시 다음날 전국(제주 및 도서·산간 지역 제외)에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자체 회원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CJ더마켓 누적 회원수는 약 422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8% 증가했다. 풀무원은 쿠팡, 컬리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사실상 동일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품 자사몰 중 유일하게 택배배송, 새벽배송, 일일배송(녹즙·디자인밀), 매장배송(올가) 서비스를 모두 운영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7월 롯데웰푸드 푸드몰의 '내일받기'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가정간편식(HMR)과 육가공 등 일부 카테고리 제품에 한해 평일 기준 자정 이전이나 주말 기준 밤 10시 이전까지 구매하면 다음날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주말을 포함한 일주일 내내 익일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파스퇴르 위드맘 등 영유아식 카테고리는 생산 공장에서 바로 출고돼 고객에게 전달되는 '공장 직배송' 시스템이 적용됐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생산시점의 신선한 품질을 유지하며, 제품을 배송한다는 점에서 쿠팡의 배송 시스템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아워홈은 온라인 전용 배송 시스템인 '오늘도착, 내일도착'을 올해 처음 도입한 이후 매출이 급성장했다. 올 상반기 아워홈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했다. 신규 가입자수도 230% 급증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퀵커머스 수준의 초고속 배송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y는 연구개발, 생산, 유통, 판매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자사 제품 대부분을 자체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다. 오뚜기는 현재 자사몰인 '오뚜기몰'만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 배송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자사몰을 통한 자체 배송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쿠팡,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의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판매망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사 관계자는 "제품 납품 시 단가나 수수료 등 이커머스 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자사몰 고객 유치를 통해 자체 판매를 확대하면 수익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식품업체는 자체 배송 체계 구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A식품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사몰·물류 체계 구축에 대한 투자 대비 효과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각 업체별로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