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구조 눈앞에 두고 숨진 40대.. 울산 붕괴현장 구조대원들 거수경례로 마지막 인사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9 13:33

수정 2025.11.09 13:33

6일 사고 후 1시간 12분 만에 발견
팔이 구조물에 끼였지만 의식 또렷했는데
13시간 총력 구조에도.. 철제 구조물이 가로막아
울산화력발전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에서 활동 중인 구조대원들이 9일 오전 매몰 희생자 김모씨의 시신을 병원으로 이송하기에 앞서 고인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울산화력발전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에서 활동 중인 구조대원들이 9일 오전 매몰 희생자 김모씨의 시신을 병원으로 이송하기에 앞서 고인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안타깝게 숨진 김모씨(44)의 시신이 수습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고, 김씨가 사망 판정을 받은 지 약 54시간 만이다.

소방 당국은 9일 오전 11시 5분께 사고 현장에서 김씨의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에 앞서 약 15 명의 현장 구조대원은 차량 뒤에 도열한 뒤 거수 경례로 숨진 김씨의 명복을 빌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께 보일러 타워가 무너질 때 매몰됐으며, 이후 오후 3시 14분에 구조물이 팔이 낀 채로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됐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빽빽하게 얽힌 철재 구조물 때문에 김씨에게 바로 다가가지 못했다.

당시 김씨는 대원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또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구조대는 사람의 접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김씨에게 진통제를 제공하기도 했다.

구조대는 구조물 제거가 여의치 않자 바닥의 흙과 자갈을 파내며 조금씩 다가가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을 쏟았다.

한때 소방당국이 "곧 구조가 가능할 듯하다"라는 기대를 드러낼 정도로 진전이 있었지만, 구조는 쉽지 않았다.

2차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며 조금씩 김씨와 가까워졌지만 7일 오전 4시께 3분께 김씨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

구조대는 미처 팔이 다 빠지지 않은 김씨를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김씨는 끝내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현장에서 의료지원을 하던 의사는 53분 뒤에 사망 판정을 내렸다.

김씨 시신 수습 직후 구조대원들은 두 줄로 도열해 김씨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구조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이번 사고로 매몰된 총 7명 가운데 사망자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사고 현장에는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이 아직 매몰돼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